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46)/ 사진=뉴스1
단식 40일째를 하루 앞둔 21일,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광화문광장을 찾았지만 김씨를 만날 수 없었다. 단식농성 천막에 전날까지와는 달리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흰 덮개가 드리워 있었다. 덮개 위에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면회나 인터뷰를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종이가 붙어있었다.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단식농성 천막/ 사진=김유진 기자
하루 전날인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46)는 단식농성 천막 아래에 앉아 작은 컵에 담긴 소금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에 넣고 있었다. 옆에는 작은 생수 한 병이 놓여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로, 그는 천막 안에서 흔들림 없는 자세로 앉아있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광화문광장을 위로차 방문해 '내가 단식을 할테니 이만 중단하라'는 부탁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잠시 문 의원과 천막 안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김씨는 이내 '청와대로 가야겠다'며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문 의원은 김씨를 도와 그의 운동화 끈을 여며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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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많이 저하돼 말 몇 마디 하면서 걷는 것도 김씨에게는 큰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광화문광장을 가로질러 청와대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시민들의 응원 소리에 그는 일일이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 천막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대화 중인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사진=뉴스1
함께 청와대로 향하던 한 유가족도 "우리 아이들이 왜 차가운 바다에서 세월호 속에 갇힌 채 죽어가야 했는지 그 이유만 제대로 밝혀내고 싶다는데 그게 그리 어려운 요구냐"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제대로 단식 했으면 진작 실려갔어야지"라고 비꼬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말로만 노력하겠다고 하고 여당과 정치적인 결정을 하려고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밉다고 했다.
옆에 있던 원재민 유가족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김씨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조용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혈당수치가 낮아지는 등 생존이 위험한 수준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당장 단식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불가능한 이런 극단적인 단식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김영오씨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복궁 정문에서 청운동쪽으로 돌담을 끼고 걸어가던 김씨는 도로를 막는 경찰들에 의해 1차적으로 진입을 저지당했다. 이후 청와대로 향하는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체크남방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복경찰들에 의해 또 다시 가로막혔다.
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지난 19일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도중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