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려한 관광콘텐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머니투데이 이지혜 기자 2014.08.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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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화려한 관광콘텐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했던 광화문 시복식 현장의 간이화장실에는 수십 미터씩 긴 줄이 늘어섰다. 당일 수시로 관계자들이 청소를 했지만 금새 지저분해졌다. 특히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온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면 늘상 화장실 문제가 단골로 등장한다. 여름 휴가철에 국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유명 관광지 곳곳에 아직도 화장실이 최대 난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생 유수빈(21세)양은 이달 초 친구들과 부산 해동 용궁사에 다녀왔다. 바다 위에 세워 놓은 듯한 이색적인 풍광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일본 규슈의 미야자키신궁 못지 않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감상은 용궁사 화장실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유양은 "화장실의 불결한 상태에 기겁을 하고 나왔는데, 그때 마주친 한 외국인 관광객이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것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이 대대적인 화장실 정비 사업을 펼친 것은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때였다. 외국인 방문객을 맞기 위해 최우선 개선사항으로 공중 화장실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 후 기차역이나 지하철역, 고속도로 휴게소, 국립공원 등 공공장소는 '화장실 위생관리 청결표' 제도를 실시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나마 해외 방문 경험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한국 화장실이 어지간한 선진국보다 더 깨끗한 편이라고 위안 삼아 말한다.



하지만 국내 관광 명소 중 일부는 아직도 화장실 문제 때문에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곳이 되기 일쑤다. 불결한 화장실은 누구라도 꺼린다. 화장실에 대한 불만이 유명 관광지의 인상을 나쁘게 하는 주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싱가포르는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식당 등의 경우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사유로 삼기도 한다. 불결하게 이용한 사람에게도 1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좀 더 부드러운 방법도 있다. 일본은 1985년 화장실 협회를 설립한 후, 30년째 매년 베스트10을 선정하는 등 범국민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도 화려한 관광콘텐츠 못지 않게 청결한 화장실 조성 등 다시 기본에 충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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