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명분은 '심리'였다

[기준금리 인하]추가인하 '원론적 답변'...25bp 인하 기대감 아직은 있어

이변은 없었다. 한국은행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2.25%로 25bp내렸다. 인하 폭도 예상수준이었고 기준금리 결정 후 추가인하 가능성도 예상만큼만 열어뒀다. 다만 금통위 여파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단기물 채권금리는 올랐다. 이주열 총재의 원론적인 발언으로 시장이 추가인하 기대감을 키울 근거를 얻지 못한 때문이다.

◇"심리 위해 금리 내렸다"..예상대로 25bp 인하

이날 한은은 불과 3개월 만에 금리 방향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명분'을 '심리'로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린 이유와 관련해 '심리 위축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심리 위축이 조금 장기화 돼서, 그 부분이 경기하방 리스크를 현실화 시키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대응해야 했고 물가압력이 적은 점 등을 고려해서 금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 5월 금통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 타당하다"고 밝혔기에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했다. 당시 전제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4%와 7월 수정된 3.8%의 차이가 금리 방향을 바꿀 만큼 크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수치'만으론 금리 인하를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면 소비와 투자 촉진 효과를 가져와서 성장을 높이고 정부 정책과 같이 가면 효과가 높아진다"며 "이번 금리인하와 정부의 종합적 대책이 일차적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개선해 경기회복세 모멘텀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전까지 금리 방향을 인상으로 밝혔다가 인하결정을 한 게 '급선회'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6월 중립적인 기조를 밝혔고, 이어 7월 하방리스크를 언급해 금리인하 신호를 준만큼 커뮤니케이션을 적절히 했다는 주장이다.

또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가 금통위 스스로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이 이날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려있다

원칙적으로는 추가인하 가능성이 닫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추가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총재 발언 직후 1020원대 초반으로 급락했고 채권금리는 혼조세를 보였지만 단기물은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

이 총재는 이날 추가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서 "정책효과를 지켜보고 결정 하겠다"며 철저하게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금리인하 등)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고, 우려되는 심리가 어떻게 바뀔지,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지표로 감안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

'혹시나' 하고 예상보다 강도 높은 추가인하 신호를 기대했던 시장은 추가인하 가능성이 '예상만큼만' 제기되자 달러와 단기물 채권을 팔았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논리대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물가상승압력이 낮아 한 차례 정도의 추가 인하는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기 상황이나 경기 회복 경로 예상을 볼 때 25bp는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금리정책이 실제 투자나 소비로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긴 하지만 심리적인 효과가 크고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통해 경기회복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물가나 경기가 하반기 크게 개선될 요인이 없기에 확률적으로 추가인하를 열어 둔 것으로 봐야 한다"며 "10~11월 추가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금리인하 결정은 1명이 동결 소수 의견을 낸 가운데 6대 1로 이뤄졌다. 15개월만의 금리인하인 만큼 전날 동향보고회의에 이어 이날 본 회의도 회의 시간이 평소보다 20~30분 정도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