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08.09 09:38
글자크기

[임상연의 리얼톡(Realtalk)]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디테일에 숨어있는 '악마'를 보지 못한 것 같다."

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2014 세법개정안에 대해 한 건설업체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정부의 강한 경기활성화 의지가 엿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곳곳에 허점투성이라는 얘기다.

시장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의욕만 넘치고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이번 세법개정안이 주택시장엔 '오발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다.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구입 비용부담 완화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했다.

우선 만기 15년 이상 주택담보대출은 이자 소득공제를 현행 15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동안 소득공제 혜택이 없었던 만기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도 300만원 한도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LTV·DTI 규제완화로 침체된 주택시장이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반전의 기미를 보이자 '쐐기'를 박기 위해 세금까지 동원한 것인데 문제는 시행시기가 내년이라는 것이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소득공제 확대는 내년 새 대출부터 적용된다. 확대된 세제혜택을 오롯이 누리기 위해선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에선 벌써부터 집 구입을 미루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후 몇 안 되는 고객들마저 구입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굳이 내년으로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반전의 기미를 보이던 주택시장에 또 다시 거래 침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반기 대규모 분양을 앞둔 건설업체들도 걱정이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수요가 시기적으로 분산될 경우 분양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분양을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LTV·DTI 규제완화와 함께 주택시장 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주택펀드(리츠)의 분리과세 기간을 연장하면서 혜택은 대폭 축소해 상품성을 떨어트린 것이나, 종잣돈 마련 저축통장(세금우대·생계형저축)들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대다수 월급쟁이는 가입대상에서 제외시켜 허탈하게 만든 것도 개선이 아니 개악으로 꼽힌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들이라도 시기를 놓치거나 방향을 잃으면 부작용만 낳게 된다. 이제 밑그림을 그렸을 뿐이니 정부는 세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곳이 어딘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찾아야 할 때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