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로비, 불법과 합법사이 '위험한 줄타기'

머니투데이 김경환 황보람 기자 2014.08.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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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입법 로비 논란-①]입법로비 이미 일상화…제도화 논의 시작해야

자료 : 입법조사처 '로비활동 법제화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자료 : 입법조사처 '로비활동 법제화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 대한 '입법로비'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입법로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로비가 합법화돼 있지 않지만, 기업과 정부, 로펌, 각종 이익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미 '입법로비'는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공익적 '입법 운동' 성격의 로비도 있지만, 많은 경우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는게 국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로비가 제도화되지 않다보니 오히려 금품이 오가는 불법 음성적 로비도 적지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국민의 생활을 바꾸는 입법과정에 이해당사자들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고, 국민의 청원권도 반영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로비 제도화에 대한 논의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은 '직업학교'가 명칭에서 '직업'을 뺄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신계륜 의원이 대표발의, 4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은 이 법안의 발의 및 통과과정에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강력한 입법 로비와 청탁성 금품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산재보상보험법'의 경우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들도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환노위를 통과됐지만, 법사위에서 보류된 상태다. 국회 안팎에서는 대형보험사들이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등 투자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야당에서는 이해 당사 기업들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한 의원실 보좌관은 "어느 날 상임위원회 회의에 들어가보면 일부 의원들의 경우 '이건 뭘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발언이나 주장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십중팔구 로비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 로비, 불법과 합법사이 '위험한 줄타기'
국민 정서는 로비를 허용하는 데 긍정적이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로비는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사소통 그 자체이며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청원권 행사의 일환이다.

현행법 제28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에서 권장하는 '청원권 행사'는 한국 사회에서 '민원 해결' 정도로 격하돼 인식된다. 때문에 무용지물인 청원제도 대신 '로비 합법화'를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에서 '로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개념은 '금품수수 행위', 즉 대가성이 있느냐 여부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일회적인 금품 제공보다 장기적인 편의 제공이나 측면지원 등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한국은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입법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며 "로비 활동의 공개와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로비 행위를 기록하고 전면 공개하면 추적과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로비의 양성화는 구체적으로 전문 로비스트를 육성할 것이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로비스트를 등록해 규제하고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전관예우' 문제는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외국 사례에서 나타나듯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로비스트들이 활동하면 약자의 목소리가 담긴 입법 활동은 상대적으로 더 위축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공청회'의 실효성 있는 운영은 보완책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로비활동이 공청회를 통할 경우 투명성이 확보돼 내실 있는 법안 심사를 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아울러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내역과 로비 활동, 국회 표결 내용 등을 전면 공개하는 것도 국회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로비의 긍정적인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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