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관투자자, 글로벌 시장 주도권 쟁탈전 전면으로

머니투데이 도쿄(일본)=심재현 기자 2014.07.3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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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국부펀드 600조시대 선진국에서 배운다] <3-2>

세계 최대 공적연금펀드인 일본의 GPIF 입구. /사진=심재현 기자.세계 최대 공적연금펀드인 일본의 GPIF 입구. /사진=심재현 기자.


일본 GPIF(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는 2001년 독립행정법인으로 독립했다. 128조엔(약 130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공적연금펀드다. 후생노동대신이 기탁한 후생연금과 국민연금의 적립금을 운용기본방침에 따라 시장에서 운용한다.

후생노동대신으로부터 3~5년의 중기 목표를 받으면 이사회에서 목표달성을 위한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각 운용부서는 내부 투자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위탁운용과 직접투자를 수행하는 구조다. 일부 국채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문운용사에 위탁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실상 채권에 '올인'하면서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산 규모가 글로벌 2위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7126억달러)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3.16%로 주요국 연기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도 보수적인 투자성향 때문이었다.

지난해 6월 9년 만에 자산배분 목표치를 수정하면서 최근 수익률은 큰 폭의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2013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수익률은 9.4%로 2001년 출범 이후 세번째로 높았다. 지난 1~3월 일본 증시 부진으로 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GPIF는 지난해 일본 자국 주식투자 비중을 11%에서 12%로 늘리고 외국 채권과 외국 주식투자 비중도 각각 8%, 9%에서 11%, 12%로 3%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대신 67%에 달했던 자국 채권투자 비중은 67%에서 60%로 하향 조정했다.

이르면 오는 9월 최종 발표될 재개정안에서는 자국 채권투자 비중이 최대 4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주식투자와 해외채권투자 비중이 각각 34%, 1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금기였던 대체투자에도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국 주식비중을 늘리면서 그동안 유지했던 '무간섭주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요네자와 야스히로 GPIF 운영위원장은 "기업에 직접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외부 운용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미국 등 서구 시장에서 주주의결권이 자연스럽게 행사되는 것처럼 한발짝 앞으로 나가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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