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레코드에도 봄은 오는가

로피시엘옴므 이경진 기자 2014.07.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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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쉽게, 싼값에 음악을 듣겠다던 사람들의 반대편에 제대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레코드를 소장하고 즐기겠다는 레코드 애호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 수가 전 세계적으로 만만치 않다.

셋업이 간편한 턴테이블 ‘콘셉트 팩’ 1백90만원 클리어오디오 바이 소리샵.셋업이 간편한 턴테이블 ‘콘셉트 팩’ 1백90만원 클리어오디오 바이 소리샵.


지난 2012년 미국에서는 신규 제작된 레코드가 460만 장이나 팔렸다. 중고 거래를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이는 미국 내 음반 판매를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사운드스캔’ 의 수치로, 전년도 390만 장의 기록을 깨는 동시에 전년 대비 19% 성장률로 5년 연속 상승이라는 사운드스캔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었다. (1993년의 LP 판매고는 고작 30만 장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꽃피기 시작한 레코드의 세계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쉽게도 사운드스캔에는 1980년대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집계를 시작한 1991년 이래 미국 내 레코드 판매고는 2007년부터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매해 경신되는 레코드의 판매량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가장 많이 팔린 LP의 목록이다. 1위가 잭 화이트의 신작 , 3위가 멈포드 앤 선즈의 다. 2위는 비틀스의 였지만, 블랙 키스, 비치 하우스, 본 이베어, 아델 등 최근 발매된 레코드가 10위권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10~20 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 음악 팬들이 큰 폭으로 상승 중인 LP의 구매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종류의 음반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바이닐/레코드라 불리는 이 시장은 매년 미국과 영국에서 두 자리 수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영국 역시 5년 연속 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미국에서 시작된 레코드 열풍이 확대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독립 레코드 가게의 흥망성쇠를 다룬 기록 영화 에서 음반 판매점 관계자들은 “시장이 최악이라는 이야기는 1980년대부터 있어 왔고, 지금이 레코드를 팔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원 형태의 음악이 장악한 지금의 음악계에서 완전히 물리적인 매체인 레코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2014년 현재, 레코드 붐은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번지는 중이다. 아직 한국에는 그 열풍이 본격적으로 도달하지 않았지만 그 바람이 서서히 조금씩 불어오는 중이다. 한국 음반 시장의 한 귀퉁이에서도 미국, 영국과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3000여 개에 달했던 국내 음반 매장은 음반 시장의 불황과 함께 95% 이상 사라지고 이제는 전국에 100여 개만 생존해 있다. 그런데 100여개에 불과한 음반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LP를 필두로 레코드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추억에 잠긴 이들보다 LP를 새로 접하는 젊은 층이 대다수다. 초등학생 때 이미 MP3P로 음악을 들었던 세대, 물리적인 형태가 없고 직접 만지고 볼 수 없는 음악 매체가 생애 첫 음악일 수도 있는 세대 말이다. 덕분에 국내에 LP 공장이 없었던 동안에도 기획사들은 해외 공장을 이용해 절판된 국내 가요와 재즈 클래식 앨범을 LP로 재발매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으며 최근 더욱 적극적으로 앨범 발매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한정 제작된 LP들은 빠른 속도로 품절되고 있다. 모두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밴드 스미스(The Smith)의 기타리스트였던 조니 마는 이렇게 말했다. “LP는 CD의 놀라운 버전이다.” 어쩌면 LP가 대표하는 바이닐/레코드는 CD에서 음원으로 흘러온 지금, 음반 시장의 새로운 대안인지 모른다.



Records In Record Shops BEST 5

남다른 음악적 취향으로 레코드를 엄선해 판매하는 김밥 레코즈와 RM360의 대표가 그들의 숍에서 가장 소장가치 높은 네 개의 레코드를 골라봤다.

1. GIMBAB RECORDS
<MERRIWEATHER POST PAVILION>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에 비견할 만한 21세기의 명작. 애니멀 컬렉티브가 2009년 발표한 작품.<MERRIWEATHER POST PAVILION>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에 비견할 만한 21세기의 명작. 애니멀 컬렉티브가 2009년 발표한 작품.
<HISTOIRE DE MELODY NELSON> 프랑스 대중음악 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에 속하며 동시대 그 누구보다 앞서 갔던 세르주 갱스부르의 대표작,<HISTOIRE DE MELODY NELSON> 프랑스 대중음악 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에 속하며 동시대 그 누구보다 앞서 갔던 세르주 갱스부르의 대표작,
<FIVE LEAVES LEFT> 닉 드레이크가 생전에 남긴 세 장의 앨범 중 가장 먼저 발표된 것으로 영국 포크를 대표하는 클래식.<FIVE LEAVES LEFT> 닉 드레이크가 생전에 남긴 세 장의 앨범 중 가장 먼저 발표된 것으로 영국 포크를 대표하는 클래식.
<ANTHEM/TRUCKS 12”> 제이 딜라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굳이 12인치 싱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레코드의 디자인/패키징 때문이다.<ANTHEM/TRUCKS 12”> 제이 딜라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굳이 12인치 싱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레코드의 디자인/패키징 때문이다.

2. RM360
<777> LA 기반의 실크스크린 팩토리 HIT + RUN에서 비트 메이커들과 합작해 발매한 컴필레이션 음반. 최신 비트 신의 경향이 담겨 있다.<777> LA 기반의 실크스크린 팩토리 HIT + RUN에서 비트 메이커들과 합작해 발매한 컴필레이션 음반. 최신 비트 신의 경향이 담겨 있다.
<DOIN IT IN THE PARK> 국내 공연이 확정된 라틴 재즈 피아노의 전설 에디 팔미에리의 2013년 앨범.<DOIN IT IN THE PARK> 국내 공연이 확정된 라틴 재즈 피아노의 전설 에디 팔미에리의 2013년 앨범.
<7 DAYS OF FUNK> 웨스트코스트 대표 MC인 스눕 독과 LA를 장악한 댐 펑크의 만남. 한정반으로 발매된 박스 세트에는 앨범 전곡과 인스트루멘털, 미발표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7 DAYS OF FUNK> 웨스트코스트 대표 MC인 스눕 독과 LA를 장악한 댐 펑크의 만남. 한정반으로 발매된 박스 세트에는 앨범 전곡과 인스트루멘털, 미발표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DAG SAVAGE> 알로에 블라크, 블루(Blu) 등 대중성을 겸비한 라인업의 피처링으로 올해 발매된 힙합 앨범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타이틀이다.<DAG SAVAGE> 알로에 블라크, 블루(Blu) 등 대중성을 겸비한 라인업의 피처링으로 올해 발매된 힙합 앨범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타이틀이다.
사진 PARK JAE YONG, KIM JAE MIN, LEE YONG IN
도움말 김영혁(김밥 레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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