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부재 1년半…'위기의 SK' 현실로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4.07.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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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 실적 줄줄이 악화

2012년 3월 26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은 장기간 '스터디'를 바탕으로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SK하이닉스 인수를 결단했고, 현재 이 회사는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시와 같은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사진=이기범 기자.2012년 3월 26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은 장기간 '스터디'를 바탕으로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SK하이닉스 인수를 결단했고, 현재 이 회사는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시와 같은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렇게 위기가 금방 찾아올지 우리도 몰랐다. 지금은 그럭저럭 버텨나가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오는 31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1년6개월을 맞는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까지 사실상 '올스톱'된 사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이같은 사실은 숫자가 말해준다.

최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석유부문의 정제마진 약세와 화학부문의 공급과잉, 원화 강세 등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50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다시 한번 손실을 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나기는 했지만 연간 1조원 넘는 흑자 상태를 유지했다.



여기에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SKC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다른 계열사들도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가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인 2조1411억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돈줄이 말랐다'는 얘기까지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이 계열사들의 새로운 도약 여부를 결정할 '투자 골든타임'이라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동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석유정제, 파라자일렌(PX)생산 시설 증설로 당분간은 호시절을 맞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2∼3년 후를 대비해야 투자에 나서야 할 때지만, 아직 투자의 방향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50,800원 ▼200 -0.39%)은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술이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오너 부재' 생황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는 그대로 노출됐다. 그룹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지만, 긴 안목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굵직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룹 안팎에서는 과거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 인수를 단행하던 때처럼 '오너'의 결단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SK (207,000원 ▼12,000 -5.5%)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은 고(故) 최종현 회장 대인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하고 공장까지 건립했지만, 3년만에 철수했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반도체 부문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데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직접 전문경영인들을 설득한 끝에 인수전에 참여했다.

그룹 관계자는 "2008년 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오면서 최태원 회장은 해외에서 열리는 중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글로벌 유력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산업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이같은 장기간 '스터디'의 결과로 인수를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로서는 미래 먹거리에 대해 장기간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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