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대는 헤쳐 모여?"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4.07.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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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연대가 필요하죠...선거는 우선 이기는 게 중요해요"

정치부 기자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야당 중진 의원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정치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그것이 정치의 '필수품'으로 이야기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연대를 선거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봤다.

이번 7.30 재보궐에서도 '연대'는 단연 두드러진 야당의 선거 전략이었다.
동작을에선 진보당의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되면서 새정치연합 후보였던 기동민 후보는 중도 사퇴했다. 수원 정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에게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양보했다. 수원 병도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사퇴하고 손학규 새정치연합 후보로 단일화했다. 승산이 있는 쪽으로 서로 밀어 주자는 것이다.



막스베버는 '정치인은 자신의 지향점, 즉 책임윤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용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신념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단으로서의 연대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거대 여당과 불통인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주장하는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야권연대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승리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을 획득한 이후다.
연대를 통해 이루려는 정치적 비전을 보고 싶은 것이다. 최근 연대가 보여준 모습이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이다.
2010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은 연대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당시에도 통진당과 민주당의 합심을 통한 힘있는 여당 견제나 정책 공유를 위한 노력은 아쉬웠다. 이후 양당의 행보는 의석수 늘리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오해받기에 충분했다.



야당 중진의원은 연대를 '헤쳐 모여'라고 했다. 승리한 뒤에는 각 당이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는 것이다. 연대의 효과만 노릴 뿐 그에 따른 책임은 엿볼 수 없었다. 과연 그의 연대는 누구의 승리일까. 국민을 위한 승리는 적어도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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