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이윤 추구하는 '괴물'들의 정체는?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07.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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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생명보다 이윤 추구하는 '괴물'들의 정체는?


2009년 8월7일 대만을 강타한 태풍으로 7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나타난 쪽은 이재민이나 구조대원이 아니라 정부 관료들이었다. 신속하게 복구 작업에 힘써야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재민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당국의 보신주의는 이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정치 재난학과 관계가 적지 않다. 대형 참사 앞에서 책임을 피하려는 위정자의 행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일까.



국립대만대 외국어학과 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세계화 시대에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신감각의 산물로 엄청난 운동에너지와 시장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본주의의 신세대 권력으로 인간의 욕망을 조작하기도 한다.



책은 급진적이고 돌발적인 방식으로 경계를 허물고 다시 경계를 만들어 해체와 재편, 분출과 흡입을 거듭하는 ‘시장 괴물’ ‘정치 괴물’ ‘미인 괴물’ ‘영상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시장 괴물’의 작동 방식과 관련해, 저자는 여배우의 ‘영원한 젊음’을 사례로 들며 이는 부권 사회의 강박을 증명하는 일이고, 자본주의 상품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다루고 착취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역시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사회 구조의 허약한 체질에 기인한 것이다. 대만 사회에 퍼진 자본주의 문화 현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욕망에 생을 저당 잡히고 점점 괴물을 닮아가려는 우리네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듯하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장샤오홍 지음. 박성희 옮김. 생각비행 펴냄. 272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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