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충돌… 사물인터넷 경제에선?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8.0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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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안전 보안문제 해결 대안과 철학 필요

공유경제의 충돌… 사물인터넷 경제에선?


최근 구글은 스티어링휠·브레이크·가속페달 등 조작기를 제거한 새로운 무인자동차, 소프트뱅크는 내년 2월 200만원에 시판할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 페퍼(pepper)를 각각 발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영국 석유 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 알래스카 지역의 석유 탐사와 파이프라인 등의 설비 점검을 위한 상업용 드론 사용을 최초로 허용,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가 제작한 퓨마(PUMA)를 투입했다.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홈과 헬스케어 용도의 제품들은 경쟁하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사물인터넷(IoT)은 미래 기술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기술이 됐다. 최근 이와 같은 기업들의 노력은 자신들이 보유한 혁신 기술들을 세상에 가장 먼저 출시, 초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당연히 시장에 발 빠르게 출시되는 제품의 시장 수명은 그만큼 길어지며, 연구개발(R&D) 등의 투자와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량 택시구글의 자율주행차량 택시



공유문화의 비즈니스화
이러한 IoT 시장 조성이 가시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공유경제의 정의는 미국 하버드대의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2008년에 발간한 리믹스(Remix : Making art and commerce thrive in the hybrid economy)에서 본격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화폐 또는 가격이 일상 경제 행위의 교환 핵심’으로 정의한 상업경제의 반대 개념으로 ‘모든 교환의 가치를 화폐나 가격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관계 요소로 접근 가능한 시스템’으로 공유경제를 설명했다. 2000년대 말 세계경제 위기에 따라 협력성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대중화에 따른 손쉬운 재화의 공유와 접근, 수요자와 공급자의 신뢰 및 평판 조회가 가능해지면서 기존의 공유 문화가 비즈니스화 된 것이다.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유경제 대표 기업은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부르는 콜택시인 우버는 기존의 렌터카 또는 임대 자가용 등을 스마트폰 등의 앱을 이용해 수요자와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수익 구조는 기사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다.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 현재 37개국 14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설립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18억 2000만 달러(약 18조 2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등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대한 신생 정보통신(IT) 기업으로 떠올랐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우버의 가치는 특별한 기술이 없음에도 테슬라모터스의 25억 8000만 달러, 사우스웨스트항공의 19억 1000만 달러,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18억 4000만 달러에 근접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에어비앤비(AirBnB)는 전 세계에 숙소를 두고 있는 사람들과 숙박을 할 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190여 개국 3만 4000여 개 도시의 60만여 곳 숙소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2014년 6월 현재 사용자 수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객실은 무료로 등록하고 숙소의 주인이 예약비용 3%를 수수료를 내는 사업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는 창업 3년 만에 객실 수에서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Hilton)을 앞질렀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파괴성 혁신을 “제품이나 서비스가 초기에 간단한 앱으로 시장의 기반에 뿌리를 내려서 기존의 경쟁자를 쫓아내고 끈질기게 시장을 잠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공유경제 기업들이 파괴성 혁신을 끌어낼 수 있을까?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시장에 도전장을 확실하게 던진 이들에게 저항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11일에는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밀라노,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시위와 폭행 사태가 벌어졌다. 에어비앤비도 임대한 집의 훼손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세금 납부에 관한 문제와 적법성 등 논란이 전 세계에서 그치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말해 준다.

공유경제의 충돌… 사물인터넷 경제에선?

공유경제의 충돌… 사물인터넷 경제에선?



loT, 경제 시스템 바꿔
이러한 공유경제의 논란은 IoT와도 연결된다. 올해 4월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IoT가 주도하는 기술 혁신이 한계비용을 0(제로)에 근접시키면서 자본주의에서 공유경제로 세계 경제 체계의 전환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공언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최근 보유한 모든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테슬라모터스의 행보, 3D 프린터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도 일치한다.
IoT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풍족하게 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필연으로 예상되는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안전과 보안 등 사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의 캐리어캐스트(CareerCast)가 발표한 ‘10대 몰락 직종’(The 10 most endangered jobs of 2014)에 따르면 우편배달원(28%), 농부(19%), 검침원(19%), 신문기자(13%), 여행사직원(12%) 등 디지털과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 유형의 변화와 감소는 필연이다.


안전과 보안 관련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다리미와 냉장고에서 스팸메일을 발송할 수 있는 칩이 나온 것은 이제 진부한 얘기가 됐다. 올해 초에는 포브스가 스페인 해커 팀이 차량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는, 20달러에 불과한 손바닥 크기의 보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해커 팀은 차량 컴퓨터 시스템 검사를 위한 차량용 제어구역네트워크(CAN)를 역이용, 보드를 차량에 연결시키면 악성코드가 작동한다. 이를 통해 CAN에 접근하고 무선으로 조정해 주행하는 차량의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휠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상징을 대표하는 택시가 IoT의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무인자동차로 교체된다고 가정해 보자. IoT가 발전하면 개인간 전자상거래(P2P) 중심의 공유경제 모델에서 나아가 사물과 수요자 간의 직접 연결이 가능한 T2P(Thing to People)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게 된다. 택시 공유기업에 의해 줄어든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공유기업 소속 기사들마저 감축이 당연한 상황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까. 해킹 사태가 인명 살상 등 범죄 및 테러 용도로 활용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이러한 가능성은 선박, 의료장비, 교통시스템 등 모든 IoT로 연결된 시스템에 열려 있다.



아직까지 IoT가 경제 체계의 근간과 경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많은 기업이 IoT T2P 시장에 뛰어들었고, 적지 않은 기업들은 IoT 기업으로의 전환(transformation)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IoT 관련 시스템과 서비스 판매만을 생각하는 기업들은 T2P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어떤 철학과 책임감으로 IoT 시장에 뛰어들지 심각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해졌다.

글=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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