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는 현행 보건의료의 근간인 건강보험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이번에 입법 예고된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방안과는 무관하다. 보건의료 규제 완화 정책이 또 다시 '민영화 논란의 덫'에 빠지면서 산업발전만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보건복지부 장관이 '괴담'이라고 일축한 각종 의료민영화 루머가 7개월 만에 다시 등장했다. 이날 해당 글이 급속도로 번진 것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 민영화' 논란이 불거졌고 개정안 입법예고 의견게시판에는 6만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 때문에 복지부 홈페이지 서버가 오전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반대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게시판을 닫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버 증설을 통해 오후 홈페이지는 정상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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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사업 확대와 민영화는 근본부터 달라"=이들의 주장처럼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방안은 의료 민영화 시도일까. 민영화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가진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의료체계는 민간 의료기관이 공공보험인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의료기관은 이미 90% 이상 개인이 운영할 정도로 민영화된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건강보험 체계가 깨지는 것을 민영화라 지칭할 수 있다. 국내 건강보험제도는 미국과 달리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는 '당연지정제도'를 기본으로 운영된다. 의료법인이 부대사업 범위를 넓히는 것은 이 같은 당연지정제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의료민영화'의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방안은 서울대병원이 속한 특수법인, 세브란스병원이 속한 학교법인, 삼성서울병원이 속한 사회복지법인, 서울아산병원이 속한 재단법인에게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허용된 것들이다. 이번 제도가 의료 민영화 시도라면 한국 의료는 이미 민영화됐다고 봐야하는 셈이다.
또 다시 불거진 '의료 민영화' 논란에 정부는 물론 의료법인조차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한 의료법인 관계자는 "의료법인은 부대사업 범위가 좁아 해외환자 유치 등 부분에서 제약이 많았다"며 "이번 입법예고안도 앞서 불거진 민영화 논란 때문에 당초 방안보다 상당히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시 축소될 경우 법 개정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료법 개정은 해외 환자 유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일 뿐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다"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좀 더 명확히 해 오해를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