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눈으로 본 유병언 시신 '3대 의문점'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4.07.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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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백골화 진행, 조건 맞아 떨어질 경우 가능"

 (서울=뉴스1)서순규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사진으로 공개됐다. 2014.7.22/뉴스1 (서울=뉴스1)서순규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사진으로 공개됐다. 2014.7.22/뉴스1


세월호 참사 이후 수사당국의 수배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이 22일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DNA와 지문 등을 통해 지난달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발견 당시 유 전 회장의 시신 상태 등을 근거로 신원 확인의 신뢰성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불과 2~3주만에 70~80% 이상 백골화가 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과 훼손이 심한 시신에서 확인한 지문에 신뢰성이 있냐는 것이 뼈대다.



▶ 의문점 1. 2~3주만에 80% 백골화, 가능한가?

유 전 회장의 행적이 수사당국에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지난 5월24일이다. 수사당국은 당시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은신 중이던 유 전 회장을 덮쳤다가 신도들의 방해로 검거에 실패했다.



이후 별장에서 2.5km 정도 떨어진 매실밭에서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것은 지난달 12일이다. 불과 19일 만에 70~80% 백골화된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의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조건만 맞아 떨어진다면 2~3주의 시간이면 충분히 시신이 백골로 발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적준 고려대 명예교수 역시 "요즘같이 고온다습한 더운 날씨라면 충분히 반백골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사망 원인과 시점 등 자세한 내용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가 나온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오대양 사건 때 시신 부검을 담당한 법의학계 권위자다.


권일훈 대구 권법의학연구소장 역시 "사체가 부패되는 것은 파리가 낳은 구더기 때문인데 구더기가 증식하기에 적합한 환경만 조성되면 상상 이상으로 빨리 부패된다"며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의문점 2. 백골화된 시신에서 지문 채취가능한가?

수사당국은 DNA 검사결과와 함께 지문 감식 결과 등을 근거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으로 백골화된 시신에서 지문 채취가 가능하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백골화'라는 전문용어에 대한 오해에서 이같은 의혹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법의학계 전문가는 "백골화라는 건 말 그대로 뼈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부패에 의해서만 백골화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주변에 있는 소동물이 사체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부위별로 백골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며 "주변 환경에 따라서 사체의 백골화 정도가 부위별로 다르고 손쪽의 훼손 정도가 비교적 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시신 상태에 따라 지문 비교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권일훈 소장은 "부패 정도가 심해도 손가락 상태에 따라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DNA 결과가 있으니 지문은 보조적인 차원의 수단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변사체 발견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지문 채취를 시도했지만 시신 상태가 나빠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8일과 22일 추가로 2차례에 걸쳐 지문 채취에 나섰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경찰은 DNA 결과가 나온 21일 이후 지문 채취 경력 13년의 베테랑 수사관을 투입했다. DNA 결과가 유 전 회장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찰 내 최고 전문가를 투입한 결과 유 전 회장의 지문과 일치하는 지문을 얻어냈다.

▶ 의문점 3. DNA 검사에 40일이나 걸린 이유는?

DNA 검사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신분을 확인하는데 40일이나 걸렸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시신 훼손이 심한 상태에서 뼛조각 속의 DNA를 추출하고 감식하는 데 통상 그 정도는 걸린다는 입장이다.

신경진 연세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교수는 "경찰이 처음부터 유병언 DNA와 대조하라고 했으면, 급하게 조사 진행한다는 전제하에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결과가 나올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경진 교수는 "아마 경찰에서 그냥 신원 불상자니까 알아봐 달라고 하니까 국과수도 사건도 많아서 순번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유병언이랑 대조를 안해보다 보니까 이렇게 늦어진거 아닐까 싶다"고 추정했다.

권일훈 소장 역시 "처음에 경찰이 유병언이라고 특정을 못한 것 같다"며 "아무리 뼈를 가지고 검사하는 것이라고 해도 요새는 몇 시간 만에 결과 나올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권 소장은 "아마 유병언인 줄 모르고 그냥 노숙자라고 생각해서 조사하다가 결과가 늦게 나온 거 아닌가 싶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유병언으로 특정을 했다면 며칠이면 검사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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