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한테 28억 통큰 대출, 시골 농협의 '비밀'

금촌농협 100억대 불법대출 적발… 최고수위 징계

금감원 서울 여의도 본원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경기도의 한 단위농협이 지역 건설업자 등에게 1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내줬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 농협은 부당대출임을 뻔히 알고도 월급쟁이에게 약 28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상임이사를 교체토록 하고 비상임 이사를 직무정지 시키는 등 최고 수위의 제재를 내렸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기도 파주 금촌농업협동조합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고 제재조치를 요구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금촌농협은 동일인 대출한도를 100억원 이상 초과했다. 신용협동조합법과 시행령, 상호금융업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조합은 동일인에 대해 자기자본의 20% 또는 자산총액의 1% 중 큰 금액을 초과해 대출을 해줄 수 없다.

그러나 금촌농협은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 등 2명에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제3자 명의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총 243억원을 대출했다. 동일인 대출한도를 107억1000만원(2008년 말 자기자본의 76.6%)이나 넘겼다.

대출을 취급하면서 채무자의 자격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 2010년7월 차주 B씨는 제3자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금촌농협에서 일반자금대출 27억9000만원을 받았다. 수십억원을 빌린 B씨는 급여소득자였다. 하지만 금촌농협은 B씨의 자금수급계획 등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다.

금촌농협은 이 대출금이 B씨가 아닌, B씨에게 담보를 제공해준 사람에게 흘러갈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담보제공자는 신용관리대상자로서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을 수 없자 B씨의 명의를 이용했다. 실제 대출취급 후 이자도 담보제공자가 매달 입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정을 어긴 대출 금액이 많고 검사결과 조합의 고의성도 드러났다"며 "원칙에 따라 엄정히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상임이사를 교체토록 하고 비상임이사를 직무정지 시켰다. 관련 직원에게도 정직 1명, 감봉 1명, 견책 3명, 주의 1명 등의 제재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