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꿈이 아닌 현실 직감하고, UN 무대 고집했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07.1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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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탈북청년합창단과 UN 무대 입성 노력…"합창단은 뛰어난 실력자들"

탈북청년합창단 55명과 독도를 시작으로 하버드,  국제연합(UN)에서 공연을 하기위해 연습중인 가수 이승철. /사진제공=쇼마스터탈북청년합창단 55명과 독도를 시작으로 하버드, 국제연합(UN)에서 공연을 하기위해 연습중인 가수 이승철. /사진제공=쇼마스터


"제가 욕심을 부린 셈이죠. 아이들은 처음부터 독도만을 원했는데, 제가 좀 더 탈북자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평화 메시지를 더 크게 전파하자는 의미에서 국제연합(UN)무대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어요."

가수 이승철(48)이 오는 8월27~29일 유엔에서 열리는 비정부기구(NGO) 대회에서 오프닝곡으로 창작곡 '그날에…'를 탈북청년합창단 55명과 함께 부른다. 앞서 8월 15일 광복절에 독도에서 이 곡을 먼저 발표한다.



이승철은 9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달라고 호소하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단합하는 모습을 통해 자생적으로 변화하고 남과 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승철 "꿈이 아닌 현실 직감하고, UN 무대 고집했다"
탈북청년합창단은 서울 대학로 동숭 교회에서 탈북 청년 15명으로 꾸려진 마중물 합창단으로 출발했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과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한 지인(탈북자)이 소년수형자와 청소년의 합창단 멘토로 꾸준히 활동해온 이승철을 떠올린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승철은 그렇게 탈북청년합창단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 초 제게 곡을 써서 합창지도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이런 저런) 사연으로 독도에서 합창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 얘기를 들으니, 좀 더 판을 키워서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합창단을 더 늘렸어요."

그렇게 목표로 잡은 무대가 UN이다. 이승철은 처음에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접촉을 시도했다가 오는 8월 말 미국 UN에서 열리는 비정부기구(NGO) 회의에 참석하는 한국 대표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눴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승철은 "하버드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되든 안되든 목표를 가지고 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철은 이 사연을 북한의 삶을 다룬 책 '낫싱 투 엔비'(Nothing to Envy)를 출간한 바버라 데미크(Barbara Demick) LA타임스 기자에게 전하자, 그는 "남한이 갖고 있는 대북정책은 정부주도로 이뤄지는 낡은 방식이 많은데, 케이팝 스타가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승철 "꿈이 아닌 현실 직감하고, UN 무대 고집했다"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이 부를 노래 '그날에...'는 '슈퍼스타K 5'에 출연한 그룹 네이브로의 멤버 정원보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입혔고, 세계적인 음악가 양방언이 오케스트라 편곡을 맡았다.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등과 작업해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캐나다 믹싱 엔지니어 스티브 핫지는 믹싱을 담당했다. 참여 뮤지션 모두 개런티를 받지 않고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합창단의 노래는 명동성당 합창단 지휘자인 이강민씨가 가르쳤다. 이승철은 이들과 연습하면서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인지, 모두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통일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에너지를 발견했다"고 칭찬했다.

합창단은 25세에서 29세까지 청년들로 구성됐다. 남자는 30명, 여자는 25명이다. 이들이 설사 UN 무대 허가증을 얻는다해도, 모두 '입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탈북자가 모두 자유롭지는 않잖아요. 가족이 북에 있는 아이들도 있고, 여권이 없는 애들도 있어요. 그래서 만약 가게 되더라도 한 20~25명 정도만 가능할 것 같아요."

이승철 "꿈이 아닌 현실 직감하고, UN 무대 고집했다"
합창단 대부분은 이승철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남한에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탈북 전 부터 알음알음 이승철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연습할 때 저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랐어요. 뭐랄까. 되게 신기하게 쳐다봤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눈빛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이 스타가) 우리를 위해 지도해줄까?' '우리랑 같이 노래를 불러줄까?'하는 그런 애절한 눈빛 말이에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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