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 3사의 1800억원 출자전환 동참을 조건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국내 시장서 1등이 아닌 3등 팬택. 하지만 국내 단말기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평가다. 기술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어서다.
이동통신사들이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이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이 아닌 법정관리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팬택이 국내 단말기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하면 법정관리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경쟁사인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한 것도 팬택의 기술력 때문이다. 팬택 기술이 혹시라도 중국 등으로 빠져나갈 경우 중국 제조사들이 빠르게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도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견제 때문이다.
특히 팬택은 SK텔레시스, KT테크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사업을 접을 때 적극적으로 인력을 영입했다. 모토로라 등 외국 휴대폰 제조사가 국내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국내 단말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팬택은 그동안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앞서 국내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베가 아이언'을 내놓고 애플도 해내지 못한 끊김없는 금속테두리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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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베가 아이언2'는 많은 제조 공정을 거치는 만큼 덩치가 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팬택이니까 위험을 무릅쓸 수 있다는 평가다. 팬택이 사라지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동통신사한테도 팬택의 부재는 도움이 안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있어서다.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주도권마저 놓칠 수 있다.
팬택 채권단이 요청한 1800억원의 매출채권의 출자전환 여부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답은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도 없는 상태다.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 겉으로 드러난 팬택 임직원들은 차분한 상태에서 각자의 일에 충실한 모습이지만 일이 손에 잡힐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