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4월1일 대규모 리콜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2009년 파산보호신청이라는 치욕을 경험한 GM은 495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밑천으로 기사회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가지고 있던 GM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GM이 '거번먼트(Government·정부) 모터스'라는 오명을 벗고 완전한 민간 회사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주가도 고공행진하며 GM의 부활에 힘을 실어줬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GM에 아직 관료주의와 부서 간 장벽을 쌓고 자기이익만 챙기는 사일로효과, 근거 없는 자신감 등 2009년 몰락의 원인이 됐던 적폐가 고스란히 남아 이번 리콜 파문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2006년 포드가 미국 항공기회사 보잉 부사장 출신인 멀럴리를 CEO로 발탁했을 때 업계에선 그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그가 보잉에서 보여준 경영능력이 자동차업계에서도 통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세계 경제가 호황기의 절정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포드는 막대한 손실을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멀럴리는 2006년 127억달러의 손실을 봤던 포드에 지난해 86억달러의 순이익을 안겨주기까지 1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멀럴리는 포드에 오자마자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밀어붙였다. 생산라인을 단순화하고 몸집이 작고 연료 효율이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능한 많은 자금을 끌어 모으는 게 핵심이었다. 멀럴리는 임원진은 물론 기자, 애널리스트와 만날 때마다 자신의 비전과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반복해서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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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6개월마다 사업계획이 바뀌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포드의 전략은 일관성을 갖게 됐고 집중도도 높아졌다. 그 사이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 자기 일에만 열중하는 문화가 뿌리 깊었던 포드의 임직원들은 하나의 목표로 시선을 모을 수 있었다.
멀럴리는 책임도 분명히 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직접 주재하는 임원 회의에서 각 부서 책임자들에게 담당 분야의 잠재적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한 것이다. 주요 사안에 대해 큰 문제는 '레드', 작은 문제는 '옐로', 문제가 없으면 '그린'으로 구분하는 식이었다. 처음 몇 주간 모든 보고서가 '그린'으로 표시되자 멀럴리는 "올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 같은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냐"고 다그쳤다.
마침내 한 임원이 처음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보고하자 다른 임원들은 그가 해고될 줄 알고 숨을 죽였지만 멀럴리는 큰 박수를 치며 '대단한 혜안'이라고 칭찬했다는 일화도 있다. 멀럴리가 극찬한 인물은 다름 아닌 마크 필즈 COO(최고운영책임자)로 멀럴리의 바통을 잇게 됐다.
멀럴리는 보상시스템도 뜯어 고쳤다. 임원들의 보수를 정할 때 해당 부서의 목표보다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 여부를 우선시한 것이다. 그 결과 부서 간 담장을 허물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조 노세라는 28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멀럴리는 외부 인사로 보잉에서 성공한 전략을 포드에 이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바라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내부 인사인 바라는 GM의 적폐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것은 멀럴리를 교훈 삼아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