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재력가 살인범 검거, '채무갈등' 정치인이 청부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2014.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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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인범·살인교사 시의원 등 2명 구속…시의원 "혐의 강력 부인"

서울에 웨딩홀과 호텔 등 5채 이상의 빌딩을 소유한 수천억대 재력가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중국까지 도망쳤던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상가 주인 송모씨(67)를 흉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팽모씨(44)를 구속하고 팽씨에게 채무를 면제해주고 송씨를 죽이라고 지시한 현직 서울시의원(강서2·전 새정치민주연합) 김모씨(44)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팽씨는 김씨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월3일 새벽 12시40분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상가 3층에서 송씨를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로 20여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12년 12월 말 팽씨에게 "송씨가 자신에게 빌린 돈 5억여원을 갚으라고 압박한다"며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7000만원을 받지 않을 테니 송씨를 살해하고 차용증을 훔쳐 달라"고 부탁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사업실패 후 무직이었던 팽씨는 작은형 소개로 7년간 친구로 지낸 김씨에게 인간적인 호감과 신뢰를 느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팽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계에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고 수천만원대 사업자금도 빌려준 김씨를 맹목적으로 믿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팽씨에게 송씨의 규칙적인 하루 일과와 동선 등 정보를 일러주고 범행도구 구입비용 등을 건네주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팽씨가 1년 넘게 주저하며 살인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자 올 초 "더 이상 못 기다린다"며 최후통첩을 하는 등 독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팽씨는 살인 지시를 받은 후 살해하기까지 1년 3개월 동안 김씨가 독촉할 때마다 50~60회 범행 예정 장소인 송씨의 사무실로 가 기회를 엿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팽씨는 범행 후 김씨가 알려준 대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를 4차례 갈아타며 인천의 한 사우나로 도피했다. 중간에 옷을 수차례 갈아입고 범행도구를 불태워 인근 야산에 뿌리기도 했다. 범행 사흘 뒤엔 인천공항에서 중국으로 출국했고 이후 광저우, 심양 등으로 옮기며 도피 생활을 계속했다.

경찰은 현장 CC(폐쇄회로)TV와 택시 GPS 등을 추적해 팽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한 끝에 지난 5월22일 팽씨를 중국 현지에서 체포했다. 이후 지난 24일 팽씨를 인도받아 체포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한편 같은날 오전 경찰은 김씨도 체포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팽씨가 자신으로부터 7000만원의 빚 독촉을 받자 돈을 훔치기 위해 송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팽씨에게 돈을 건넨 것에 대해선 "친구가 생활이 어려워 도와준 것 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이 찾아낸 김씨가 채무자로 기록된 5억2000만원짜리 차용증에 대해서는 "송씨가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해서 채무 사실은 없지만 작성해 준 것"이라며 송씨로부터 빚 독촉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점 △김씨가 팽씨의 범행 전후 대포폰으로 계속해서 전화 통화한 점 △김씨가 팽씨의 부인에게 돈을 보낸 사실 등을 종합해 김씨를 살인교사범으로 특정하고 구속 영장 청구를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만큼 차명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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