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아들 지켜준 아버지, 김준기 동부 회장의 선택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4.06.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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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채권단 공동관리 들어가도 금융계열사 지분 '사수'…당국·채권단 "버티니 주인 바꿀 수밖에"

"계속 버티면 주인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아까운 걸 내놔야 하는데 아직도 한가한 소리한다" (KDB산업은행 관계자)

그동안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불만은 상당했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순식간에 쓰러지는 걸 경험한 수십 년 베테랑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눈에 동부그룹은 너무 더뎠다.



한발 앞서 아까운 핵심 자산, 즉 남들이 눈독들일만 한 매물을 내놔야하는데 타이밍이 늦었다는 얘기다. 당국의 압박에 2013년 말 자구안을 내놨지만 이마저 이행과정에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

동부그룹은 이미 재무구조가 극도로 나빠졌다. 2013년 말 기준 전체 비금융계열사(제조계열사)의 부채비율이 400%를 넘었다. 총 차입금은 6조3000억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였다.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못 낸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의 도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인데도 자구안에서 약속했던 동부제철 유상증자 방안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끝까지 아들 지켜준 아버지, 김준기 동부 회장의 선택


동부그룹은 최대 매물인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도 개별 매각을 주장했다. 따로 경쟁 입찰을 부치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채권단은 그나마 사려는 곳이 포스코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산업은행이 지난 1월부터 동부인천스틸 잠재 매수자를 접촉했지만 매수의향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해외투자은행(IB)을 통해 중국 철강업체에도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실사를 위해 데이터 룸을 여는 순간까지 중국 업체에 노크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이던 포스코가 계속 인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을 위해 담보를 요구했다. 바로 김준기 회장의 장남 남호씨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이었다.

채권단이 파악한 남호씨 지분의 추가담보여력만 약 3000억원(시가기준)이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 담보여력도 충분한데 자식에게 물려줄 금융계열사를 지키기 위해 버틴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부그룹은 끝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비금융계열사가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금융계열사만큼은 지킨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법적으로 엄연히 분리돼 있는 지분인 동시에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 지분"이라며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오너 일가의 중요 지분마저 내놓으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생각은 다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아들이 지배하는 금융계열사가 아버지의 동부그룹 없이 애초 가능했겠나, 지금 모든 계열사들이 영업하고 있는 게 결국 금융권의 지원 덕분에 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것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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