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원화된 보육정책' 여성 노동환경에 '재앙'
전문가들은 부모는 일하고 아이는 남이 키우는 '2원화된 보육정책'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1원화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보육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엄마들의 욕구도 다르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취업부모의 경우 서비스 이용 시간은 1일 평균 8시간 56분이지만 희망 이용시간은 10시간 19분으로 나타났다. 실제 가능한 시간보다 1시간 23분 더 아이를 맡기고자 하는 셈이다.
정부 정책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 보육예산은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당시보다 6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엄마들의 처지는 제자리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같은 기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정부에서 돈을 쏟아 붓는데도 엄마는 여전히 일과 육아 두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많은 수 여성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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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정책의 발달은 '노동'시장 변화가 전제
국가정책 방향은 '보육지원'보다는 '노동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마가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아무리 보육서비스가 발달해 있다고 하더라도 아동을 보육시설에서 장시간 보육하는 것은 아동성장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서 "보육정책의 발달은 역설적이게도 노동시장의 변화가 전제돼야만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조정 및 단축 제도도 무용지물이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조사대상 사업체의 93.2%에서 육아근로시간단축제도는를 신청한 근로자가 없었다. 2012년에도 95.3%가 이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근로여견을 만들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을 뜻하는 '홈'과 회사를 뜻하는 '컴퍼니'를 조합시킨 '홈퍼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긍정적인 현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은 많다. 2008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족친화기업인증제'는 14개 기업으로 출발해 지난해 총 552개에 달할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기업은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사업과 관련한 각종 정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은 "이젠 기업문화가 보육 지원을 비롯한 기본 복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직원 가족과 '함께 하는' 회사로 진화해 가고 있다"며 "이런 기업일수록 다른 곳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유아보육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아이돌봄지원법 등 보육 지원 관련법들은 각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돼 현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