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성격 유형별 라면 끓이는 방법

머니투데이 스타일M 김성찬 칼럼니스트 2014.06.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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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의 알리오올리오③]정석대로 끓이거나 파격적으로 창조하거나

편집자주 맛집이 범람하고 갖가지 음식사진이 올라오는 시대다. 혼자 알기 아까운 맛집과 맛있는 음식 있으면 '알리오', 사진도 찍어 '올리오'.

/사진=김성찬/사진=김성찬


예전에 친구가 끓여 준 라면을 받아들고 충격에 빠진 일이 있다. 라면 사리를 잘게 부숴 끓여, 면발은 짧았으며 바특한 국물에 참치가 한가득 있었다. 게다가 친구는 젓가락 대신 수저만 쥐게 했다. 외관만 보면 퉁퉁 불어버린 라면 같은데, 수저만 들고 떠먹으니 왠지 유럽풍 파스타를 먹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 후 한동안 부엌에서 라면 부수는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평소 얌전히(?) 라면 제품 안에 든 것만 넣어 끓여 먹던 터라 친구의 레시피가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러고 보니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지 않아서 그렇지 라면 먹는 법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할 만하다. 하물며 혈액형으로도 사람 유형을 나누는데 라면 먹는 법으로도 분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로 고전파다. 이들은 주로 라면 봉지 속에 든 것만 끓여 먹는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라면에 계란을 푸는 일도 좀처럼 없다. 오로지 라면만 선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객 입맛에 맞는 제품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므로 기업이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그 자체로 최상의 맛을 지녔다는 것이다. 또 최고의 맛을 향유하기 위해선 라면 겉봉에 쓰여 있는 조리법대로 끓여 먹어야 한단다. 특히 증발할 물의 양까지 감안해 권장한 물 사용량을 지킨다.

일부 고전파들은 때로 과격하게 나아간다. 라면 봉지 속에 든 라면과 분말스프, 그리고 건더기 스프 외에 다른 걸 넣어 먹는 것은 라면에 대한 모독이라 여기는 거다. 또 다른 제품의 라면을 섞어 끓이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대학 시절 MT를 가면 다른 제품의 라면 여러 개를 한꺼번에 끓인 냄비 주위에 둘러앉아 같이 먹으며 숙취와 싸우던 낭만이 그들에겐 분탕질일 뿐이다. 라면계의 파시스트이며 근본주의자들이다. 이들에게 라면 맛의 진리는 라면 그 자체 바로 그 하나다.



다음으로 낭만파다. 라면만 먹기보다 무언가를 첨가해 먹기를 좋아하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첨가물은 취향마다 다른데 흔히 하는 방식은 계란을 풀어넣거나 파를 썰어 넣는 것이다.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만두도 들어간다. 분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에는 치즈라면도 있고 떡라면도 있다. 낭만파는 라면만 즐기는 고전파의 고지식함을 거부한다. 라면 먹는 데 왕도는 없다며 자기 식대로 먹는 게 맞는 일이라 본다. 우리는 라면 먹을 때 하다못해 김치라도 곁들이니 국내 라면 인구 중 낭만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할 만하다. 다만 헷갈려서는 안 될 때가 있다. 바로 라면 사리가 첨가되는 경우다. 부대찌개에 라면사리 추가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가 부대찌개를 먹는데 라면 사리가 들어갔다고 라면을 먹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 않나. 그들은 낭만파가 아니라 그저 부대찌개파일 뿐이다.

/사진=MBC '일밤 - 아빠! 어디가?', tvN '푸른거탑' 방송화면 캡처/사진=MBC '일밤 - 아빠! 어디가?', tvN '푸른거탑' 방송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추상파다. 고전파가 질색하는 존재가 바로 추상파다. 낭만파는 취향별로 라면에 첨가물을 한두 가지 골라 넣어서 먹는다지만 추상파는 기존의 라면 먹는 방식을 해체해 버린다. 대표적으로 '짜파구리'가 있다. 쫄깃쫄깃 오동통한 면발을 자랑하는 국물 라면에 일요일에 먹는 짜장 라면을 합친다니 이것은 라면인가 아니면 무언가. 사실 짜파구리는 윤후 때문에 탄생한 줄 알겠지만 그전에 이미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제가 됐었다. 그 시절 호기심에 만들어 먹어봤는데 몇 젓가락 못 들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있다. 이외에 라면에 우유를 넣어 먹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첨가물이라고 해봐야 우유 하나인데 무언가 파격적이었다. 라면에 우유를 넣는 걸 목격한 순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또 라면을 조리하는 방법으로 따졌을 때 추상파를 꼽자면 '뽀글이'를 들 수 있다. 라면 봉지를 사발면 그릇 삼아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라면을 불려 먹는 거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한번쯤 먹어봤을 테다. 하지만 주의할 게 있다. 라면 봉지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뜨거운 물에 오래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대학 시절 한 여후배에게 뽀글이를 건넨 적이 있다. 그녀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앞서 말한 라면 먹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눈 건 물론 절대적이지 않다. 세 가지 부류 아래로 더 세분화할 수도 있겠고 분류 자체를 쓸데없는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사실 라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세 가지 유형 모두에 속한다고 할 만하다. 매번 라면만 끓여먹다 지겨워 계란을 넣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아예 라면인지 무언지 모를 음식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군필자라면 뽀글이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오늘 지금 이 순간 그대라면 어떤 부류가 될텐가.

"라면 먹고 갈래?"…성격 유형별 라면 끓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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