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월급 걱정하던 김부겸 후보님, 도전 멈추면 앙~돼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4.06.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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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선거]'대구서 40% 선전' 김 후보에게 기자가…

김부겸 후보가 6.4 대구시장선거 때 내세운 포스터와 활동장면.김부겸 후보가 6.4 대구시장선거 때 내세운 포스터와 활동장면.


.#1. "월급은 제때 나오지요?"

김부겸 후보님, 언젠가 제게 하신 인사입니다. 툭툭 내뱉는 듯한데 싫지 않았죠. 특유의 미소로 '씩' 웃기도 했고. 안부인사 겸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느꼈습니다.

#2. "따님(탤런트 윤세인) 정말 예뻐요. 그런데 어머니를 많이 닮았나 봐요. ㅋㅋ"



대구시장 선거를 돕던 누군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빠 안 닮았다'고 농담한 그는 그 자리에서 후보에게 '헤드락'(상대 머리를 팔과 몸 사이에 끼워 압박하는 기술)을 당했다고 하죠.

또 한 번의 도전이 끝났습니다. 낙선입니다. 아름다운 패배라는 수식어가 줄을 잇는데 그렇게만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가능성이 아니라 한계를 봤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차라리 그런 평가에 공감합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자는 게 아닙니다. 후보님은 다시 일어서야 하는데, 그러자면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다"는 위로 이전에 한계를 확실히 짚고 가는 게 중요하니까요.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를 얻었습니다. 통합진보당, 정의당, 무소속 후보가 각각 1.0~1.4%를 얻었으니 이들 표를 다 얹어도 역부족이었습니다. 19대 총선 수성갑(수성구)에서 받은 40.4%, 꼭 그 정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박정희컨벤션센터 건립을 공약하는 등 새정치민주연합 사람들이 '뜨악' 하는 공약을 내밀었는데도 그랬습니다. 대구라는, 박 대통령 기반이자 새누리당 아성인 그 도시를 둘러싼 벽이 그만큼 높고 단단했던 거죠. 새누리당에서 누가 나오든 어려웠겠지만 한때 동지였다가 적이 된 권영진 당선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허약한 당 체질이 결정타였습니다. 부산에서 49.3%를 얻은 오거돈 후보를 보세요. 새정치연합 후보였다면 득표율은 더 낮았을 거라고 합니다. 새정치연합은 전국적 지지율도 낮지만 영남에선 특히 힘을 못쓰니까요. 오 후보가 열린우리당 부산시장 후보였을 때 득표율은 20%대였죠. 따라서 후보님은 개인기를 최대한 발휘했지만 당이 뒷받침을 못했으며, 그렇게 조정된 득표율이 40.3%인 셈입니다. 수성구에서 평균을 훌쩍 넘는 47.9%를 끌어낸 것만 봐도 그렇죠.


정치인 김부겸의 도전은 끝날 수 없습니다. 이미 스스로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주변 기대가 커졌습니다. 6.4 선거 얼마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마주쳐 "당이 원하면 이 한 몸을 던져야 하지 않겠나"고 말씀하실 때 이미 잘 알고 계셨을 겁니다. 시작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일신의 영달을 좇는 정치는 안 하실 생각이죠?

그렇다면 대구만 볼 게 아니라 당을 봐주세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캠페인전쟁'이란 책을 냈을 떄, 이미 민주당이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고 따라서 어떤 각도로 공을 차야할 지 알고 계셨을 겁니다.

시중에선 '국회는 싸우기만 하고, 야당은 그 와중에 자기들끼리 또 싸운다'고 꼬집습니다. 이런 평가가 과장된 측면도 있죠. 하지만 오죽하면 그렇게 보이겠냐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이 지점에서 후보님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새정치연합을 더 튼튼한 집으로 지어 올리는 게 언제일지 모를 후보님의 다음 도전과, 계속 나타날 '제2의 김부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도 정치인 김부겸의 활약이 아마 흥미진진할 겁니다.

끝으로 '김부겸다움'을 잃지 말아 주세요. 제가 기억하는 것처럼 후보님은 늘 솔직하고 격의 없이 사람들을 대합니다. 편안한 리더십의 힘은 당장은 몰라도 멀리 보면 확인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건강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울이든, 혹은 대구의 어느 시장골목에서든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땐 제가 사겠습니다. 저…, 월급은 제때 나오거든요.

김부겸 후보와 그의 딸인 탤런트 윤세인(김지수)씨/온라인 커뮤니티김부겸 후보와 그의 딸인 탤런트 윤세인(김지수)씨/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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