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11년 전에도, 4년 전에도 있었던 '얌체 유족'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4.06.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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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없다가 나타나 아이 보험금만 챙겨가는 세월호 '얌체 유족'에 금융당국과 법조계, 금융권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기로 했다는 기사를 썼다가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제보자는 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가족의 친척입니다. 아버지가 10년 가까이 연락이 없었고,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이혼이나 사망(실종) 처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 어머니는 보험금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남은 아이들과도 많은 얘기를 했고요. 가장 좋은 것은 소식이 끊긴 아버지가 나타나 보험금도 받고 가족들과도 재회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고민 끝에 이 가족들은 남편 몫의 보험금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버지가 실종자로 처리돼야 하는데, 실종자 청구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때부터 5년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는 '보험금 지급 기한은 2년'이라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으면 보험사 몫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경우 청구기한인 2년 내 실종자 처리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가 1년 전 집을 나갔는데, 앞으로 2년 동안 연락이 없다면 가족들은 아버지 몫의 보험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 제보자의 질문이었습니다.



기자가 해당 보험사에 물어보니, 유가족들에게 한 것과는 조금 다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상속과 관련한 보험금 청구는 청구기한이 없다고 합니다. 언제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이 유가족에 지급되지 않은 채 남아있게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요.

변호사협회는 이 남아있는 절반(아이를 키우지 않은 한쪽 부모의 몫인)에 대해 친권박탈 절차를 추진해 보험금을 가져온다는 계획입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해준다면, 보험금 전부를 아이를 키운 유족들이 찾아갈 수 있겠죠.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여행자보험 등 보험에서 처리하는 보상에 대해서만 교통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아직은 실종자가 남아 있고, 유족들도 경황이 없지만 곧 보상 문제가 본격화될 때가 올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얌체 유족을 둘러싼 보험금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일찌감치 매듭을 짓고 지나갔어야 할 사안입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0년 천안함 참사 때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했었죠.

한 업계 관계자는 천안함 참사 당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로 아이를 키운 할머니의 일을 꼽았습니다. 손자는 할머니를 잘 모시겠다며 직업군인이 됐는데, 막상 그 할머니는 손자가 사망하면서 생계까지 막막해진 것이죠. 할머니는 '법에 호소'했지만 바로 그 법이 할머니가 보상을 받는 일을 막았던 셈입니다.

상속인을 미리 지정하면 된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 단체로 가입하는 여행자보험 같은 경우, 어느 학교나 단체가 일일이 구성원들에게 상속인을 지정하라고 하겠습니까.

자녀의 사망으로 상속할 재산이 생겼을 때, 자격이 없는 부모가 이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적절한 법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일까요. 그때그때 사회의 정서법에 기대 '복불복'으로 해법을 찾기에는, 우리가 매번 소모해야 할 에너지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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