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TV' 가입자 7000명 육박…애견 미디어 시장 뜬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4.06.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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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 티브로드 이어 씨앤앰 국내 개 겨냥 '해피독TV', 1천만 애견가구 겨냥

유료방송사들이 애견 가구를 겨냥한 개 전용 채널을 잇따라 런칭하고 있는 가운데 한 지인의 강아지가 도그(DOG)TV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br>
유료방송사들이 애견 가구를 겨냥한 개 전용 채널을 잇따라 런칭하고 있는 가운데 한 지인의 강아지가 도그(DOG)TV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이씨(32·여)는 최근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 받았다. 당장 가정을 꾸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혼자 지내기는 적적해서다. 하지만 잦은 야근으로 강아지를 혼자 두는 시간이 많아 늘 마음 한 곳이 무겁다. 이씨는 고민 끝에 '개들을 위한 전용 TV 채널'을 신청했다. 월 9000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하지만 별로 아깝지 않다. 강아지가 TV화면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뿌듯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애견 가구가 늘면서 '개 전용 채널'인 '도그(DOG)TV'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방송을 시작한지 5개월도 되지 않아 벌써 가입자가 7000명에 육박했다. 개 전용 채널이란 개들이 보는 방송을 말한다. 지난 2012년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으며 한국은 지난 2월 말부터 시작했다. CJ헬로비전 (3,380원 ▼5 -0.15%), 티브로드에 이어 씨앤앰도 채널 런칭을 준비 중으로 '1000만' 애견 가구를 놓고 유료방송사간의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하루 일 평균 100명씩 가입, 씨앤앰 국내 개 전용 TV 런칭 준비

최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개 전용 채널 'DOGTV'의 가입자 수는 CJ헬로비전이 5000명, 헬로비전이 200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비전이 지난 2월 가장 먼저 방송을 시작했으며 티브로드가 지난 4월 합류했다. 티브로드는 HD고화질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티브로드측은 "채널 출시 이후 일 평균 100명의 가입자가 늘고 있다"며 "채널 하나에 이렇게 가입자가 느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입자 규모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공개를 꺼렸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최근 들어 가입자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씨앤앰도 조만간 뛰어들어 애견 미디어를 놓고 3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가 해외 방송을 그대로 들여온 데 반해 씨앤앰은 국내 개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 제작한 '해피독TV' 런칭을 준비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동물행동 심리학자, 수의학과, 동물복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국내 개들의 특성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저작권 문제 등으로 늦어지고 있으나 조만간 첫 방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1000만 애견가구, 2020년 2천만…"반려동물, 아까울 것 없다"


이처럼 '개 전용 채널'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애견 가구는 약 1000만에 이른다. 더욱이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인들은 애견을 위해 지갑을 여는 데 인색하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달 지상파 정액 상품을 결제할 때 엄청난 고민을 하는 고객들도 강아지를 위해서는 쉽게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5개월 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최모 씨는 "TV를 보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도 있고, 시각과 청각의 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혼자 남겨진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덜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그TV'는 개 심리학자와 행동전문가들의 개의 취향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개의 눈에 맞춘 카메라 앵글과 색상 보정은 물론 개의 시각과 청각에 최적화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는 향후 애견 미디어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애완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애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견 가구는 지난해 1000만에서 오는 2020년에는 두 배 늘어 2000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원에서 오는 2020년 6조원 시장으로 3배 급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로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애견 산업은 매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00만 마리 이상의 시청견(犬)을 확보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 애견 가구를 집중 공략하면 신규 가입자 창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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