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양상문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 분석

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6.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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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사진=News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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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사진=News1



결과를 가지고 글쓴이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임을 확실히 해두고 시작한다. 이른바 ‘결과론(結果論)’이다. LG 양상문, 삼성 류중일 감독의 용병술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두 감독은 모두 최선의 승부수(勝負手)를 던졌고 다만 그 결과가 나빴을 뿐이었다.

야구가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팬들에게도 재미있는 것은 바둑처럼 복기(復碁)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명보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28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튀지니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해 불안감을 안겨줬다. 축구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사실 복기를 해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과 튀니지의 평가전과 한국의 월드컵 출정식이 열릴 때 강(江) 건너 남쪽 잠실구장에서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1강(强) 독주 체제를 굳히려는 선두 삼성과 감독이 교체되는 파동을 겪은 최하위 LG의 주중 2차전이 열렸다. 전날 LG가 9회말 역전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키며 11연승의 선두 삼성의 덜미를 잡아 이날 경기의 결과에 큰 관심이 집중됐다. 27일과 28일 LG-삼성전 중요 순간을 복기해본다.



27일 경기는 삼성이 4-3으로 한 점 앞선 상태에서 9회 말 마지막 수비에 들어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8회 LG의 선두타자였던 좌타자 김용의 타석부터 좌완 차우찬을 투입해 잘 막았다. LG 양상문 감독은 차우찬이 등판하자 대타로 우타자인 박경수를 기용했으나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결국 추격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4-3으로 계속된 삼성의 9회말 마지막 수비. 이미 경기 중반 이후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삼성의 최고 마무리 임창용의 모습이 계속 중계 화면에 잡혀 당연히, 수순(手順)대로 9회말 임창용이 등판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9회말 마운드에는 삼성의 좌완 차우찬이 다시 올라왔다. LG의 첫 타자가 좌타자인 이병규(7번)였기에 좌완 차우찬에게 이병규만 처리하게 한 뒤 임창용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류중일감독의 작전으로 보였다.

그러나 차우찬은 이병규를 상대로 투스트라이크를 잡고도 볼넷으로 진루시켰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동점 주자가 1루에 나간 상황에서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다.한국과 일본,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임창용도 한점차 앞선 9회말 무사 주자 1루 상황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9회초 바로 마운드에 올랐다면 자신의 투구 방식으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데 앞 투수가 불러들인 위기는 여러 가지 제약 요인이 따르게 마련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초구에 작전을 걸었다. 후속 타자인 4번 정성훈에게 히트앤드런 작전을 지시했다. 제구력이 뛰어난 임창용이 볼넷에 대한 부담 때문에 초구에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작전이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임창용은 패스트볼을 가운데로 던졌고 타자 정성훈은 무조건(?) 휘둘렀다. 1루주자 이병규는 이미 2루로 뛴 상태였다. 타구는 임창용의 스피드에 눌리기는 했으나 우익수 쪽을 짧게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됐다. 무사 1,3루가 이어졌고 1루 대주자의 도루로 계속된 용병 좌타자 조시 벨의 타석에서 풀 카운트 접전까지 갔으나 11구 스플리터가 원바운드로 뒤로 빠지는 폭투가 돼 어이없이 4-4 동점이 되면서 임창용이 무너졌다.

9구까지 계속 패스트볼을 던지다가 조시 벨이 계속 커트해 파울이 이어지자 삼진을 잡기 위해 10구와 11구를 연속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모두 원바운드가 되고 말았다. 결국 임창용은 정의윤에게 끝내기 우전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LG의 9회말 5-4, 끝내기 역전승이었다. 중계진의 말 대로 LG가 대어(大魚)를 잡았다.

LG트윈스 양상문 감독. /사진=News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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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양상문 감독. /사진=News1

다음 날인 28일 경기도 5회초까지 삼성이 2-0으로 앞서갔으나 5회말 3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LG는 6회말에 1점을 추가 4-2로 달아났다. 이틀 연속 선두 삼성을 잡아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양상문 감독이 승기를 굳히려고 움직였다. 8회말 가장 믿을 수 있는 우완 셋업맨 이동현을 투입해 삼성의 좌타자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 우타자 채태인을 좌익수 플라이로 잘 잡았다. 투아웃이 됐고 다음 타자가 좌타자 최형우였다.

이동현이 계속 마운드를 지켜 8회를 막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강상수 LG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좌완 마무리 봉중근으로 교체했다. 전날 삼성은 9회에 올릴 마무리 임창용을 뒤늦게 9회 무사 1루 위기에서 투입했고, 이번에는 LG가 9회 등판시킬 봉중근을 8회 2사 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한 템포 일찍 올려 굳히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봉중근은 최형우에게 좌월 2루타,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해 불러들인 2사1,2루 상황에서 전 타석까지 유격수 병살타, 외야 플라이 2개로 무안타였던 좌타자 이승엽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우월 역전3점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LG가 4-2로 앞서던 것이 5-4로 역전되고 말았다.

27, 28일 두 경기는 LG와 삼성이 1승씩을 주고받았다. 다만 27일 경기 승리팀이 삼성, 28일은 LG가 될 것이 결과적으로 각각 LG와 삼성의 경기 종반 극적인 역전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두 팀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는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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