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클럽 '콜라텍', "불나면 90% 목숨 잃는다"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4.06.0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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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4-3>소방관들이 꼽은 화재취약시설…'콜라텍'

- 낮시간 400~500명이상 60~70대 이용
- 대부분 지하 위치…신속 대피 힘들 듯


지난달 29일 찾아간 서울의 한 콜라텍 비상계단. 계단에 장판이 깔린 모습. 전문가들은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장판이 비상계단에 놓일 경우 참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사진=최동수 기자지난달 29일 찾아간 서울의 한 콜라텍 비상계단. 계단에 장판이 깔린 모습. 전문가들은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장판이 비상계단에 놓일 경우 참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사진=최동수 기자


"여기서 화재가 발생하면 장담컨대 10명 중 9명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봅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도심 한복판 지하에 위치한 '콜라텍'. 이곳은 현장 소방관들이 화재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은 장소 가운데 한 곳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콜라텍을 둘러본 뒤 심각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콜라텍은 1990년대 청소년들의 건전한 유흥문화공간 마련을 위해 유행처럼 번졌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일부 콜라텍은 50대 후반 장년층에서 70대 노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면서 명맥을 유지한다.

이날 가본 콜라텍의 경우 낮시간이면 400~500명 넘는 손님이 찾아오고 많을 땐 1000명 가까이 몰린다는 게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낮임에도 백발의 노인부터 뽀글파마를 한 중년의 여성들이 어두컴컴한 지하 2층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콜라텍이 있는 지하 2층은 복도를 사이로 춤을 추는 곳과 식당, 술을 마실 수 있는 호프, 노래방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콜라텍은 지하 2층에서 가로 약 30m ,세로 약40m 정도의 가장 큰 공간을 차지했다.

400여명의 노인은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이 정신없이 춤을 추는 공간 곳곳에 재앙의 불씨가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공 교수는 "콜라텍 내부를 둘러보니 자재들이 대부분 가연성 물질"이라며 "가죽소파, 나무의자, 벽, 바닥 등 많은 자재가 유독가스를 유발하고 불에 쉽게 탄다"고 지적했다. 비상시 이용해야 하는 계단엔 특이하게 장판이 깔려 있었다.


공 교수는 계단을 보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그는 "계단에 깔려 있는 장판은 불에 타면 유독성 가스가 발생한다"며 "계단폭이 좁고 높이도 낮아 연기가 빠지지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

한눈에 봐도 서둘러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들이 계단으로 몰리면 위험할 수밖에 없을 것같았다. 1m 앞 사람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음악소리는 귀 옆에서 말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컸다.

비상시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아 보였다. 무대를 채운 사람들을 피해 비상표시등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자 비상구로 통하는 검은색 문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3m 정도 들어가자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힘을 써서 당겨봤지만 철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공 교수는 "지상으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인 비상구가 막혀 있다는 것은 심각하다"며 "안 그래도 걸음이 느린 노인들이 비상구로 향하지 못하면 아까 내려온 긴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문 옆을 지나 다시 콜라텍 입구 구석에서 소화기를 발견했다. 1m 높이의 대형 소화기였다. 하지만 공 교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하에서 사용하면 질식 위험이 있는 이산화탄소 소화기였기 때문이다.

비상용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모두 일반 엘리베이터여서 화재시 생긴 정전으로 운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공 교수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건물이긴 하지만 노인 이용이 많은 만큼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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