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항공사 등쌀에 한숨느는 공무원들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4.05.3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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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항공사 등쌀에 한숨느는 공무원들


"하루가 멀다 하고 임원들이 찾아와 특정 항공사에 운수권을 배분해선 안된다는 말만 늘어놓고 가기 일쑤에요. 최고위 경영층에 자신의 '애사심'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관계자의 말이다. 항공 분야 공무원들이 요즘 업계 관계자들의 이권 싸움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을 앞두고 틈나는 대로 공무원들을 찾아와 상대기업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통에 업무에까지 지장받는다고 한숨이다.



대한항공이 가장 열심히 움직인다. 1997년 괌 추락사고로 1999년 말부터 2011년 5월까지 18개월간 국제선 신규 노선 면허와 증편 등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됐던 사례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고 한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에도 똑같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사고 원인 조사를 받고 있는 아시아나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항공사와 조종사 과실로 결론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한항공의 비난에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샌프란시스코 사고를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과 연계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3년간 적용되는 것인데 이 규정을 알면서도 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괌 사고 이후 중국 노선에서 아시아나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매출에 영향을 받은 이후 절치부심 중국 노선 확대 기회를 노려왔다. 그러다 이번 17개 신규노선을 포함해 한·중 정기노선이 '45개 노선, 주 426회'에서 '62개 노선, 주 516회'로 늘어나자 총력전에 나섰다.

총력전의 주된 방식은 '아시아나 흔들기'다. 괌 추락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뒤부터 운수권 배분에서 불이익을 받은 전례에도 아시아나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라고 한다.


국토부 공무원은 "이익이 중요하지만 기업에도 윤리라는 게 있지 않나. 자신의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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