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박 과장이 주식 13년 만에 3억 번 이유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05.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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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사라진 한국 증시, 스마트 투자자 늘었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인구수 추이/이미지=김지영 디자이너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인구수 추이/이미지=김지영 디자이너


여의도 K금융회사에 다니는 박 과장(43)은 올해 주식투자 경력 13년차를 맞았다. 3000만원이던 투자 원금은 올 들어 3억원이 되었다. 13년이라는 장기 경력을 고려하면 3000만원이 3억원이 된 것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가 주식으로 돈을 번 것은 최근 1년 동안이다.

72년생인 그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이 종목 대박날 거다, 잘 봐라'는 고교 동창의 귀띔에 한 종목에 3000만원을 '몰빵'했지만 1000만원만 건지는 비극을 경험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몇 년간 그는 주식으로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



박 과장은 "도대체 내 문제가 뭘까, 나는 왜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자기가 투자한 기업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 주가는 적정한지를 그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경제신문을 유심히 읽기 시작했다. 특정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각광받는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주가는 순이익 대비 저평가인지, 올해 이익 전망치는 얼마인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가 기업가치 분석에 입각해 지난해 선택한 종목은 삼목에스폼 (19,580원 ▲10 +0.05%)이었다. 삼목에스폼은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폼을 대여하는 회사로 알루미늄폼의 사용량 증가로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거다!' 싶었던 박 과장은 삼목에스폼에 돈을 묻었고 1억원 넘는 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삼목에스폼은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이었다. 2013년 영업이익은 257억2298만원으로 전년비 277.2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78억5321만원, 215억6847만원으로 49.26%, 332.43% 늘었다.

박 과장은 삼목에스폼이 주가가 다소 오른 상태였지만 올해 이익 전망치를 추정해볼 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5000원에 불과했던 삼목에스폼은 현재 3만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그에게 또 한 번의 대박을 안겨준 종목은 위닉스 (9,170원 ▲240 +2.69%)였다.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몬순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제습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란 뉴스를 보고 위닉스를 분석한 박 과장은 "이 종목은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는 위닉스 주식을 1만1000원대에 1억원 어치 매수했다. 그리고 1분기 위닉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고 위니맥스와 합병하자 주가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그의 주식평가액과 차익실현한 현금 규모는 3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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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에는 박 과장처럼 직접 기업을 분석해 돈을 버는 '스마트 개미'가 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의 수는 2011년523만3000명으로 고점으로 2012년부터 496만1000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주식투자 능력은 진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난 15년간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고 깡통을 찬 '허수'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박 과장 같은 스마트 개미만 남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형 서점의 주식투자 코너에도 '차트로 대박내기' 같은 책 보다는 '재무제표 분석하는 법', '사업보고서 읽는 법' 등 펀더멘탈 분석에 집중하는 신간 서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며 가치주 장세가 도래하자 이같은 흐름은 더 뚜렷해지는 추세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 저성장 기조가 만연한 가운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는 주식을 찾아내려는 개미들의 '주식 공부'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의 투자 카페도 '가치투자연구소',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등 기업분석에 입각한 주식투자를 표방하는 카페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스마트 개미의 특징은 박 과장처럼 기업의 펀더멘탈을 분석, 이익 전망치를 추정하고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되 제 값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 결과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2013년 초 일일 5억~8억주에 이르렀던 코스피 거래량은 현재 2억주 수준으로 줄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이제 한국 증시의 참여자들은 개인도 펀드매니저도 실력있는 투자자만 살아남았다"며 "스마트 개미의 등장으로 기관들이 쉽게 돈 버는 시대도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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