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인구수 추이/이미지=김지영 디자이너
72년생인 그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이 종목 대박날 거다, 잘 봐라'는 고교 동창의 귀띔에 한 종목에 3000만원을 '몰빵'했지만 1000만원만 건지는 비극을 경험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몇 년간 그는 주식으로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
그런 그가 기업가치 분석에 입각해 지난해 선택한 종목은 삼목에스폼 (19,580원 ▲10 +0.05%)이었다. 삼목에스폼은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폼을 대여하는 회사로 알루미늄폼의 사용량 증가로 실적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거다!' 싶었던 박 과장은 삼목에스폼에 돈을 묻었고 1억원 넘는 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박 과장은 삼목에스폼이 주가가 다소 오른 상태였지만 올해 이익 전망치를 추정해볼 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5000원에 불과했던 삼목에스폼은 현재 3만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그에게 또 한 번의 대박을 안겨준 종목은 위닉스 (9,170원 ▲240 +2.69%)였다.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몬순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제습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란 뉴스를 보고 위닉스를 분석한 박 과장은 "이 종목은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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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위닉스 주식을 1만1000원대에 1억원 어치 매수했다. 그리고 1분기 위닉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고 위니맥스와 합병하자 주가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그의 주식평가액과 차익실현한 현금 규모는 3억원을 넘어섰다.
교보문고의 주식투자 책 코너
전문가들은 지난 15년간 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고 깡통을 찬 '허수'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박 과장 같은 스마트 개미만 남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형 서점의 주식투자 코너에도 '차트로 대박내기' 같은 책 보다는 '재무제표 분석하는 법', '사업보고서 읽는 법' 등 펀더멘탈 분석에 집중하는 신간 서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며 가치주 장세가 도래하자 이같은 흐름은 더 뚜렷해지는 추세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 저성장 기조가 만연한 가운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는 주식을 찾아내려는 개미들의 '주식 공부'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의 투자 카페도 '가치투자연구소',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등 기업분석에 입각한 주식투자를 표방하는 카페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스마트 개미의 특징은 박 과장처럼 기업의 펀더멘탈을 분석, 이익 전망치를 추정하고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되 제 값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 결과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2013년 초 일일 5억~8억주에 이르렀던 코스피 거래량은 현재 2억주 수준으로 줄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이제 한국 증시의 참여자들은 개인도 펀드매니저도 실력있는 투자자만 살아남았다"며 "스마트 개미의 등장으로 기관들이 쉽게 돈 버는 시대도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