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남 배려하는 마음이 '안전사회' 만든다

머니투데이 타드 샘플(Well Dressed 대표) 2014.05.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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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드 샘플(Todd Sample)<br>
한국전력 해외사업전략 처장 - 특별 보좌관타드 샘플(Todd Sample)
한국전력 해외사업전략 처장 - 특별 보좌관


한국에서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면서 사고의 근본원인과 구조책임자들의 업무과실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지금껏 지속된 관행에 각종 문제가 제기되고 그 책임을 묻고 대책을 요구하는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점은 "당장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중의 의견만을 성급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서둘다보면 이번 사고와 직접 연관된 개별 문제에 국한된 미봉책만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난 19일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표는 내게 충격이었다.



지금은 사고에 영향을 미친 원인을 거시적 관점에서 짚어볼 때다. 대표적으로 안전에 대한 태도, 상황파악, 책임감 등이 그런 문제다.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고 대책을 세워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안전에 대한 태도, 상황파악, 책임감 등은 과적 선박이나 불법 건축물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의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피부로 못 느끼기 때문에 고치기 어렵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잘못된 행동이나 무관심이 우리 주변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심각성을 이해해야 비로소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변화한다. 제도개선보다 의식개선이 시급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10년 전쯤 발표된 중국 단편영화 'Bus 44'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다른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데 무관심하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비참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엄청난 사건을 목격한 버스승객들은 마치 우리 안의 양떼처럼 조용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남의 도움 요청을 외면한 그런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는 결국 자기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다.


이 영화를 통해 변화란 개인적인 결정의 결과라는 점을 알게 된다. 바로 우리가 행동할지, 아니면 하지 않을지 둘 중 하나의 결정에 의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우선시하는 것은 안전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남을 우선시하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일상생활에서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다.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중요한 발전단계에 도달했다. 각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지나친 이기주의 부작용도 그중 하나다.

한 예로 얼마 전 동네에서 운전하다 겪은 일이다. 차를 몰고 작은 교차로에서 천천히 좌회전을 하게 되었다. 미리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교차로에 진입하는데 두 사람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분명 내 차를 보았으나 이야기를 계속하며 그 자리에서 요지부동이었다. 한두 걸음만 옆으로 비켜주었다면 내 차는 쉽게 지나갈 수 있었으나 뻔히 내 차를 쳐다보며 꼼짝하지 않았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또 있다.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라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실제로 지하철을 타보면 반대로 노인들이 서계시고 젊은이들이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한국은 진정으로 안전한 문화를 만들어내기 어렵게 되고, 결국 또 다른 대형 사고를 겪을 것이다.

앞으로 '제2의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바로 여러분 각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안전사회는 만들어질 것이다. 안전에 대한 의식개혁과 제도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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