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구하러 가야 돼, 큰아이 등록금은" 양대홍씨 끝내…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 기자 2014.05.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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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 구조한 유일한 고위 승무원

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17일 가족들이 공개한 세월호 선원 양대홍 사무장(46)의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17일 가족들이 공개한 세월호 선원 양대홍 사무장(46)의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양대홍 사무장(46)이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인천시는 "15일 진도 사고해역에서 발견된 희생자 중 1명이 가족 확인 결과 양 사무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DNA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양 사무장의 사망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 사무장은 세월호 고위 승무원 중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배에 남았다. 그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10시3분쯤 부인 안소현씨에게 전화해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수협에 모아둔 돈 있으니까 큰아이 등록금으로 써"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가 어떤 상황이냐고 물었지만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 해. 끊어"라고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었다.



형 양대환씨(57)와 부인 안씨는 사고 이틀째인 지난달 17일 청해진해운 사무실이 위치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아 이 같은 마지막 통화내용을 알리고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형 양씨는 "세월호에 탑승한 동생은 실종된 것으로 나오는데 언론에서 선원들이 모두 먼저 탈출한 것처럼 나와서 억울해서 나왔다"며 "다들 동생이 도망간 것처럼 말하는데 평소 동생은 남을 아끼는 심성이 남달랐다"고 증언했다.



부인 안씨도 "애들을 구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고 탈출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양 사무장은 선장 이준석씨(69) 등 선박직 선원들이 승객을 버리고 해경 123정에 오르던 지난달 16일 오전 9시46분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3층 선원 식당칸에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생 A씨와 조리담당 B씨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씨는 다른 곳으로 승객들을 구하러 간 뒤 실종됐다.

형 양씨는 지난 5일 전화통화에서 "동생과 조리실 직원 2명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선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양 사무장은 다른 직업을 갖다가 배에서 일한 지 4년차로 청해진해운에서 승객관리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무장의 시신은 16일 오전 헬기로 진도에서 인천으로 운구돼 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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