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이민호가 반한 선글라스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이해진 인턴기자 2014.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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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디자인]<10>국내 하우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편집자주 [Tech&디자인]은 최신 트렌드 디자인을 소개하며 디자인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 디자인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는 코너입니다.

젠틀몬스터의 '트리니티' 선글라스/사진=젠틀몬스터 제공젠틀몬스터의 '트리니티' 선글라스/사진=젠틀몬스터 제공


전지현, 이민호, 소녀시대, 싸이, 미란다커, 힐러리더프, …

유니크한 매력으로 많은 연예인들의 사랑과 함께 패션피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가 있다. 국내 하우스 브랜드인 '젠틀 몬스터'가 그 주인공.

홍대 젠틀몬스터 쇼룸에서 만난 신정인 디자인 팀장(29)의 명함에는 젠틀몬스터의 디자인 모토인 'Experiment'(실험)가 적혀있었다. 모토대로 신 팀장은 검은색 아세테이트 뿔테 일색인 국내 아이웨어 디자인에서 벗어난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2014년 선글라스 컬렉션에도 이같은 젠틀몬스터의 실험정신이 담겼다. '글래디에이터'를 콘셉트로 한 이번 컬렉션은 출시 이후 줄곧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신 팀장은 "쇼룸을 찾는 고객의 절반 가량이 수량부족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글래디에이어M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쇼룸을 찾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착용해보는 모델로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의 강인함'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한 제품이다.



신 팀장은 "메탈 소재의 안경테에 고대 시대 문양을 새겨넣었고 특히 일반적인 선글라스에서는 뚫려 있는 안경 코 부분을 일부러 막은 뒤 이를 뾰족한 철침으로 장식해 검투사의 갑옷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글래디에이터M 남성용은 남자들의 로망인 보잉 선글라스 타입의 빅사이즈로 제작했다. 덕분에 투박하고 강인한 느낌을 전달한다. 여성용은 캣아이 형태로 디자인해 도도하고 섹시한 느낌을 줬다.

신 팀장은 가장 애착이 가는 모델로 트리니티를 꼽았다. 지난해 젠틀몬스터 입사 면접에서 그가 김한국 대표에게 제안했던 아이디어를 입사 1년여 만에 현실화한 제품이기 때문.


트리니티는 무지개에서 영감을 얻었다. 신 팀장은 "기름막 위에 빛이 아롱져 형성되는 무지개가 각도에 따라 여러 색으로 겹쳐져 보이는 신비로운 모습을 선글라스로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젠틀몬스터의 '글래디에이어M' 선글라스/사진=젠틀몬스터 제공젠틀몬스터의 '글래디에이어M' 선글라스/사진=젠틀몬스터 제공
프론트(안경의 렌즈가 들어가는 부분) 세개가 겹쳐진 독특한 형태의 트리니티는 젠틀몬스터 제품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의 미러렌즈 세 개가 겹쳐져 있어 착용시 시야가 어두워 안경으로서의 기능은 부족함에도 정식 출시됐다.

신 팀장은 "트리니티는 기능성은 과감히 배제하고 오직 젠틀몬스터 디자인의 지향점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며 "이번 컬렉션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제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하기 위한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바로 '개성 강한' 인물을 떠올리며 작업하는 것. 그는 개성이 뚜렷하고 패션센스도 남다른 패션피플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상상하며 꼭 그에게 자신의 선글라스를 씌우겠다는 마음으로 도면을 그려간다.

워낙 안경을 좋아해 안경 디자이너가 됐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고충도 크다. 안경 자체가 고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어 디자인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선 많은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안경 하나를 디자인할 때마다 라인을 200~300번 정도 그린다. 안경에 들어갈 부품이 없을 경우엔 직접 제작한다. 안경 부품은 1000여개가 넘지만 그가 디자인한 안경에 딱 맞는 부품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다. 도면이 완성되면 쇼룸에 있는 기계로 직접 프론트를 제작하기도 한다.

완성된 도면은 중국 자체공장에 보내 샘플을 제작한다. 샘플이 의도했던 형태를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면 수정을 거듭한다.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심할 경우엔 라인 0.2mm를 수정하기 위해 중국으로 돌려보내 한 달만에 샘플을 받기도 한다.

신 팀장은 "안경은 섬세한 디자인과 수작업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며 "국내에는 안경 디자이너가 드문데 남들이 쉽게 다룰 수 없는 안경을 디자인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안경 디자이너에 대해 평했다.

그는 "안경을 무척 좋아해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안경 디자인을 꿈꿨다"고 말했다. 국내에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고민하던 중 젠틀몬스터를 알게 됐고 무작정 젠틀몬스터의 안경제작 수업에 참여했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비지트 행사'였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김 대표가 면접을 제안하면서 지난해 젠틀몬스터에서 안경 디자이너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신 팀장은 "안경 디자이너라는 꿈은 이루었고 이제는 안경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신 팀장은 2015년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콘셉트 결정 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는 단계다. 그는 "젠틀몬스터의 모토대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것"이라며 다음 시즌 컬렉션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정인 젠틀몬스터 디자인 팀장/사진=젠틀몬스터 제공신정인 젠틀몬스터 디자인 팀장/사진=젠틀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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