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하루소득 1.25달러 '빈곤선' 상향조정 검토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4.05.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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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PPP 통계 따라...기존 빈곤선 이하 인구 절반으로 줄어

세계은행이 현재 하루소득 1.25달러인 '빈곤선'을 1.75달러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세계은행이 국제비교프로그램(ICP)을 통해 2011년 기준 각국 화폐의 실질구매력을 평가한 결과 개발도상국의 빈곤선 이하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ICP는 각국 화폐의 실질구매력을 평가해 통일된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를 집계함으로써 국가별 실제 경제 규모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도 ICP 자료를 통계의 근간으로 삼을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다. ICP는 최근 2005년 이후 처음 개정한 구매력평가(PPP) 자료를 발표했다.



중국이 올해 경제규모로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이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와 글로벌개발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소득이 1.25달러 이하인 개도국 인구는 2005년 PPP 기준으로 12억1500만명이었지만 2011년치 기준으론 5억7100만명으로 줄게 된다. 개도국 인구의 20%에 달했던 극빈층 비중이 9% 수준으로 하락하는 셈이다.



이같은 결과는 하루소득 1.25달러를 기준으로 한 세계은행의 자료가 세계 빈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부추길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선진국이 급성장하는 신흥국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쟁도 한창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2000년 유엔이 도입한 밀레니엄 개발목표(MDG)의 시한이 내년까지인 만큼 새로운 목표 설정을 위한 빈곤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은행 빈곤 및 불평등 리서치 부문 책임자인 피터 란조우는 ICP의 새 자료를 근거로 세계은행의 빈곤선을 하루소득 1.25달러에서 1.75달러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의 빈곤선은 1990년 하루소득 1.01달러로 처음 도입됐다. 1985년의 PPP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후 2008년 빈곤선이 1.25달러로 상향조정되면서 개도국 인구 4억명이 극빈층으로 추가 편입됐다.


세계은행이 빈곤선을 1.75달러 이상으로 높여 잡으면 빈곤선 도입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2011년 PPP를 기준으로 빈곤선을 1.78달러로 높이면 극빈층 인구는 8억7200만명으로 2005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게 된다.

란조우는 빈곤선 인상을 둘러싼 계산이 아직 예비단계라며 세계은행의 검토가 최소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세계은행이 검토 중인 빈곤선 인상안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전 세계 빈곤층 인구의 생활비 변화의 현실을 반영해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계은행의 새 PPP 통계가 빈곤층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5년 PPP 자료로는 세계 빈곤층 인구의 절반이 남아시아에 거주하고 4분의 1 이상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분포해 있었지만 새 PPP 자료로는 둘의 순위가 바뀌어 개도국 빈곤층의 40%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새 통계에서 인도의 빈곤층 인구가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우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블로그에 PPP 통계는 소득 가운데 식품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곤층의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며 2011년 PPP 통계로 빈곤층을 계산하기 전에 몇가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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