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사건'에서 불거진 보도 공정성 문제와 더불어, 급기야 국민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간부의 비윤리적 발언까지 나오면서 여론과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KBS가 야심차게 추진하려 했던 '수신료 인상안'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시곤 KBS 보도국장/사진=뉴스1
그러자 정치권의 십자포화가 이어졌다.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9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작심한 듯 김시곤 KBS 보도국장을 강력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였으니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 시리즈를 할 필요가 있다. 한 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급기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고 길환영 KBS사장이 찾아와 사과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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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S 본관 모습/사진제공=뉴스1
또 실제로 KBS 38~40기 기자들은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세월호 참사 취재와 관련,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반성문을 올렸다.
반성문은 "매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고" "그런데도 위에서는 '아이템이 너무 실종자 입장으로 치우쳤다'며 전화를 했다"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본래의 역할인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하는데도 불구, 국민 혈세인 수신료를 올리는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이다.
또 KBS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새누리당 위원들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9일 여의도 국회 앞에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미방위 위원들을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KBS 내부에서조차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이 시점에 수신료 인상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KBS 기자는 "이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이슈화하는 것은 누가 봐도 욕을 먹을 만한 상황"이라며 "2노조(언론노동조합 KBS지부)를 중심으로 한 젊은 기자들은 다수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사무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8일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2007년과 2011년 두차례 국민적 동의를 얻는데 실패한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미방위 전체회의에 앞서 제출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 검토보고서'(작성자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에서 KBS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이 역대 인상안과 비교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KBS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