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 강도의 중간은?…동화 '잭과 콩나무'

딱TV 낭만파괴법 2014.04.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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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법으로 동화 뒤집어보기…'잭과 콩나무'

편집자주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 ‘야’매예비변호사와 금융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

전 재산인 소를 마법 콩 3개와 맞바꾼 잭을 기억하는가? 이것이 동화 ‘잭과 콩나무’의 시작이다. 잭은 마법 콩에서 난 줄기를 타고 거인들이 사는 구름 나라에 간다. 거기서 금은보화를 갖고 도망치고, 자신을 추격하는 거인을 무찌른다.

그러나 똑같은 사안에 등장인물만 살짝 바꿔보자. 비행청소년이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 들켰다고 말이다. 비상 사다리로 도망치던 비행청소년이 추성훈이 뒤쫓아오자 사다리를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추성훈은 4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우리는 잭이 무찌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거인이기 때문에 잭을 영리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 이야기는 도둑이 쫓아오던 주인을 살해한 이야기이다.

이 동화는 우리가 보기엔 마법 콩으로 금은보화를 얻는 꿈과 희망의 동화이지만, 거인의 입장에선 도둑을 잡으러 쫓아간 주인이 살해당한 끔찍한 범죄 다큐멘터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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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과 강도의 중간쯤…'준강도'로 돌변한 잭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강도와 도둑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할까. 아마도 강도는 흉기를 들고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사람으로, 도둑은 몰래 물건을 훔치는 사람으로 묘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둑과 강도의 중간은?

우리나라 형법 제355조는 ‘준강도’라는 범죄를 '절도를 범한 자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하거나 죄적을 없앨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 성립한다고 규정했다.


즉, 물건을 훔치려다 잡힐 상황에 처했을 때 저항할 경우,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람을 협박 혹은 폭행할 때를 말한다.

단 '준강도' 범죄는 도둑이 자신을 쫓아온 사람의 공격을 압도할 만큼의 폭행이나 협박을 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실제 판례에서는 도망치려는 절도범과 그를 잡으려 쫓는 사람의 체격과 나이, 성별 등의 차이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대구고등법원 판례에 따르면 체포되지 않기 위해 의자를 들고 휘두른 사람을 준강도가 아닌 절도범으로 처리한 사례가 있다.

또 왜소한 도둑이 건장한 남자에게 잡혀 끌려가던중 도망치려고 피해자의 팔을 문 사건이 있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현격한 체급차이'를 고려해 준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반대로 춘천지방법원의 판례를 보면 도둑이 도망치기 위해 사람을 밀쳐 넘어뜨려 무릎을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준강도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제 사안에서는 개별 정황에 따라 '준강도' 여부를 따지게 된다.

도둑과 강도의 중간은?…동화 '잭과 콩나무'
절도 → 준강도 → 강도살해…'일확천금' 꿈꾸다 범죄의 나락으로

잭은 거인의 집에서 황금알을 낳는 닭, 금화 한 자루, 황금 하프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거인이 잭을 붙잡으러 쫓아오자 잭은 잡히지 않기 위해서 콩나무를 잘랐고, 거인은 추락사했다.

이는 잭이 물건의 정당한 주인인 거인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거인을 살해한 상황이다. 따라서 '준강도'를 넘어 ‘강도살인’에 해당된다.

단순 절도범이었다면, 형법 제329조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준강도는 강도와 같이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한다.

게다가 준강도하던 중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 ‘강도살인’에 해당돼 제338조에 의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물론 거인에 의해 살해당할 것 같은 두려움은 '정상 참작'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강도살인범’이란 사실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어리석은 잭은 집안의 소중한 재산인 소를 콩 3알과 맞바꾸는 기행을 보이더니, 강도살인범까지 저지르게 된다. '잭과 콩나무', 부디 이 동화를 읽고 닮는 어린이는 없기를 바란다.

【PODCAST- 낭만파괴법】

도둑과 강도의 중간은?…동화 '잭과 콩나무'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4월 29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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