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감독사퇴· 삭발' LG 기사회생 가능한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4.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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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한 LG 김기태 감독 /사진=OSEN전격 사퇴한 LG 김기태 감독 /사진=OSEN


4월22일이면 아직 2014시즌 페넌트레이스 초반인데 너무 빠른 것 아닐까?

최하위권에 처져있는 LG 트윈스가 2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사실상 선수단 전원이 삭발을 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지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삭발 후 첫 경기인 22일 삼성전에서도 1-8로 패하고 말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음 날 더 큰 충격이 LG 선수단과 야구계를 강타했다. 40대 중반의 신세대 지도자 김기태(45)감독이 자진 사퇴를 단행한 것이다.



23일 경기에 아예 덕아웃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서울로 떠났다. 18경기에서 4승1무12패로 최하위에 머문 시점이다.

먼저 일어난 삭발부터 논해보자. 삭발은 성적이 안 좋을 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 2007년 5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위 경쟁을 펼치던 뉴욕 메츠 선수들이 갑자기 삭발을 시작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도무지 삭발을 할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세계에서 가장 연봉이 비싼 이발사(the best paid barber in the world)’가 탄생했다. 뉴욕 메츠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외야수 카를로스 벨트란을 ‘구단의 공식 이발사’라며 그렇게 불렀다.

올시즌 뉴욕 양키스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카를로스 벨트란은 그 해 뉴욕 메츠에서 1357만 달러(현재 약 140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는데 뉴욕 메츠 선수들이 벨트란에게 삭발을 맡겼다. 뉴욕 메츠는 겨우 2연패를 한 상황에서 갑자기 삭발을 시작했다.

LG와 다르게 2007년 뉴욕 메츠는 개막 이후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뉴욕 메츠 선수단의 느닷없는 삭발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전원이 머리를 민 것은 아니었다. 패션을 중요시하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내야수 호세 레이에스는 동참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마르 미나야 단장(GM)이 벨트란을 찾아가 ‘삭발 부대(bald brigade)’에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 메츠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중이었는데 라커룸에서 삭발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연들도 많았다. 투수 애런 실리는 샌프란시스코 원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가 예정된 가족 사진 촬영을 한 후 머리를 카롤로스 벨트란에게 맡겼다. 외야수 숀 그린은 당시 아내 린지와 원정에 동행했는데 갑자기 삭발을 하고 경기 후 호텔로 돌아가니 린지가 놀라며 편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뉴욕 메츠의 3루수였던 데이비드 라이트는 ‘어떤 한 명이 생각하고 제안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한 팀으로서 함께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하며 팀의 흔들림 없는 결속력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뉴욕 메츠는 선수단이 삭발을 시작한 후 3연승까지 달렸다. 효과를 어느 정도 본 것이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 최종 순위는 88승74패, 승률 5할4푼3리로 2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위 팀은 필라델피아였다.

프로스포츠의 역사를 되짚어 봐도 ‘삭발’과 팀 승리, 성적이 어떤 연결 관계를 나타낸 적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삭발을 해서 효과가 있다면 특히 성적으로 몸값이 결정되는 프로 선수들의 경우 1년 내내 머리를 밀고 다닐 것 아닌가. 다만 삭발은 팀을 결속시키는 ‘미신적인 의식’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한국프로야구 초창기 팀 성적이 부진하던 모 팀에서 감독이 먼저 삭발을 해 ‘일본식’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는 삭발을 일본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LG는 2012시즌 6월에도 삭발을 한 적이 있다. 5할 승률에서 갑자기 5연패를 당하자 주장 이병규부터 머리를 깎았다. 그러나 LG는 삭발 다음 경기에서도 패해 6연패를 당했고 결국 57승4무72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7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했다. 삭발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LG는 김기태 감독 2년째인 지난 해 74승54패, 승률 5할7푼8리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고 11년 만에 가을 야구를 맛보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라이벌 두산에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으나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한 것은 성적 부진을 삭발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는 초강수를 두고 2013시즌을 시작한 한화가 개막 9연패를 당하고 선수단이 삭발을 단행했으나 연패는 13연패까지 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밖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지난 시즌 후 마무리 훈련을 하고 전력 보강을 하며 시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의 준비가 소홀했는지를 하루 빨리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의 몫이다.

삭발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 하루 만에 이어진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였다. 시즌 초반 감독들이 물러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구단이 나서 감독을 경질하고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은 연봉이 2억원에 한국에 10명 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나 의문을 가지는 상황이다.

LG에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김기태 감독은 2011시즌 8월 LG 수석코치 시절 팀 성적이 부진하자 코치로서 삭발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시즌 후 LG와 3년간 총액 8억원(계약금 연봉 각 2억원)에 계약하고 2012시즌부터 LG를 이끌어 왔다.

감독의 사퇴로 LG 구단프런트의 사태 수습 책임이 더 커지고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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