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이번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양온유 학생이 수학여행을 가기 전 자신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 온유양은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들을 구하러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온유양의 가족들은 22일 온유양의 장례를 치르고 납골당에 안치했다.
요 며칠 이 아이들의 모습은 미소 대신 눈물을 부른다. 너무 예뻐 콧등이 시려온다. 아직 덜 큰 우리의 아이들이 죽다 살아나왔고, 1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부모와 생이별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실종'이란 단어 안에 갇힌 이들이 아직도 그만큼이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이들은 적어도 수 십 분을, 어쩌면 일박이일 동안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면서도 우리를 구하러 오겠지,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슬픈 모습이다. 학생증을 쥐고 죽은 아이, 저네들끼리 구명조끼를 묶고 죽은 아이들.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세계에서 배를 잘 만든다는 나라 아니더냐. 그런데 왜 다른 나라가 버리는 배를 가져다 수리해 쓰는 거라냐? 배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에서 잊을만하면 배 사고가 나는데 왜 제대로 구조를 못하는 거라냐?" 중학교 2학년 아이와 팔순이 돼가는 노모의 상식적인 질문에 상식적인 답을 할 수 없다.
세월호 사고가 난지 9일째. 절대 입 밖으로 뱉어서는 안 되는 말들이 난무한다. '시체놀이' '좌파종북학부모'. 심지어 언론이 분노를 부채질한다는, '감정팔이'를 그만하라는 충고도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많이 참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 수 백 명을 한꺼번에 수장시키는 지경인데도 이 정도라면 우리는 '미개한' 부모답게 너무도 멀쩡하게 잘 참고 있는 거 아닌가.
이 시각 인기 뉴스
엄중문책. 유언비어를 유포한 자도 엄중 문책이고, 이번 사고의 책임자도 엄중문책한단다. 책임질 자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말은 문책이 아니다. "대한민국 시계를 멈추겠습니다. 모두 고통스럽더라도 함께 합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에게 돌려보내겠습니다. 모두 제 책임입니다." 갈기갈기 찢긴 맘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그런 말들이다.
"겁내지 마라.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다./기죽지 마라.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걱정하지 마라. 아무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조급해하지마라. 멈추기엔 이르다./울지 마라. 너는 아직 어리다."
며칠 전 납골당에 안치된 양온유 학생(단원고 2학년)이 2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이다. 온유양은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들을 구하러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가 끝내 살아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죽은 아이가 살아있는 어른들에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