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문 두드리며 '퇴선 명령', 선원이라면 당연한…"

머니투데이 이슈팀 문해인 기자 2014.04.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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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경력 항해사 눈에 비친 '한심한' 세월호 선장·항해사

1994년 건조된 청해진해운 소속 6825톤급 여객선 세월호 /사진=뉴스11994년 건조된 청해진해운 소속 6825톤급 여객선 세월호 /사진=뉴스1


"승무원들은 객실마다 방문을 두드리며 승객이 있는지 확인하고 '퇴선하라'고 외쳤어야 했습니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행동 지침이에요. 계단 몇 개만 내려가서 외치면 됐는데…."

베테랑 항해사 출신 김모씨의 눈에 비친 세월호 선원들은 '기본 중의 기본'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아마추어'들이었다.



김씨는 항해사로 10년을 근무하다 현재는 육지에서 근무 중이다. 중동으로 다니는 커다란 유조선을 비롯해 세월호보다 규모가 큰 중국행 여객선에서 1등 항해사 경력도 쌓았다.

그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선원들의 안일한 태도. 김씨는 "중국을 오가는 배를 탔을 때는 대피훈련을 자주 했다"며 "퇴선 지침이 하달되면 승무원들은 즉시 '퇴선하세요'를 외치면서 지정된 장소로 뛰어나가는 훈련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안전점검에는 이런 대피훈련 모습도 포함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구명정을 투하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자기의 구명조끼를 입은 뒤 승객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여객선은 방마다 자고 있는 승객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승무원들은 반드시 모이는 위치로 가기 전에 방문을 막 두드리면서 '퇴선하세요'라고 소리치게 돼 있어요. 매뉴얼에 명시돼 있지 않다 해도 그건 기본적인 겁니다."

김씨가 설명하는 일반적인 매뉴얼에 따르면 화물 관리는 1등 항해사, 비상 시 교신 임무는 해당 시간에 향해를 맡은 3등 항해사가 했어야 한다. 출발 시 화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배가 기울어지고 사고가 나도 비상채널망을 사용할 생각을 못하는 등 세월호 승무원들은 출항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김씨는 "항만 당국은 모두 비상채널망인 16번을 듣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사고를 알리면 해경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주변 배들이 알아서 구조하러 왔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선장과 항해사들의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배에 물이 차서 방송이 안됐다는 주장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고 당시 화면을 보면 전등에 불이 들어와 있는 등 비상발전기가 작동한 정황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퇴선버튼 벨이 울리지 않았다거나 방송이 안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그는 "배에는 화재나면 누르는 벨처럼 '퇴선 버튼'이 있다"며 "항해사들이 누르는 행동 자체를 안했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을 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사 실제로 방송이 되지 않았더라도 보통 배에는 휴대용 확성기가 실려있다. 김씨는 "확성기를 들고 계단 몇 개만 내려가 퇴선하라고 외쳤어도 4층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을 텐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4층은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다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들이 다 나오면 혼란이 있었을 것이란 건 핑계입니다. 저도 사고 발생 지점을 많이 지나갔는데 그 쪽은 어선이 많기 때문에 물에 뛰어들면 어선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구명정이 펴지지 않아도 큰 문제 없이 구명조끼 입고 배 밖으로만 나왔다면 다 살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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