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의 국가재난대응체계./사진제공=안전행정부 홈페이지
국가적 재난대응의 최고 조직이 어딘지, 그 수장은 누군지, 제대로 된 위기대응 매뉴얼이 있긴 한 것인지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의문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개정 재난법 반영된 위기관리 매뉴얼 업데이트 안돼=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까지 바꾸고 명실상부한 국민안전 컨트롤타워로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법 개정을 추진한 유정복 전 안행부 장관이 인천시장으로, 박찬우 제1차관은 천안시장으로 줄줄이 지방선거 출마로 사임하면서 개정법의 취지를 반영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부처별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중대본 본부장인 안행부 장관이 관련 부처 장관을 상황에 따라 '지휘' 할 수 있도록 위상이 강화됐지만, 정작 해수부의 위기관리 매뉴얼 상의 종합체계도에서는 중대본을 찾아 볼 수 없다. 매뉴얼 관리운영 및 개선을 위한 지침을 실행하는 것은 안행부,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을 정비하는 것은 국무총리실 소관이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각 부처별로 법 개정 전 이미 개정 내용을 담아서 매뉴얼 업데이트 작업을 해왔다"며 "각 부처별 매뉴얼은 각 부처에서 만들어 안행부로 넘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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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행부→총리실, 다시 해수부… 돌려막기?= 이런 가운데 세월호 사건 발생 후 대응과정에서 부처·조직간 우왕좌왕한 것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의 목소리다.
정부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45분 재난법에 따라 중대본을 가동했지만 본부장인 안행부 장관은 경찰행사 참석차 재난상황실에 없었고, 전달받은 보고내용마저 현장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고대응 조직간 혼선도 이어졌다. 개정 재난법에 따르면, 중대한 대규모 재난의 경우 중대본 가동 전 사고지역에서 주관기관 장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먼저 꾸릴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발생 시 실제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먼저 꾸려지고 5분 후 중대본이 가동됐다.
중대본이 해수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상위조직이지만 해양현장의 전문성이 없다보니, 전적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의지하는 상황으로 비춰졌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평가다. 피해자 숫자, 세월호 선체진입 여부, 탑승자수가 연거푸 정정되면서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다.
결국 총리실이 나서 법률상 근거가 없는 범부처대책본부가 꾸려졌고 다시 지난 20일 해수부장관이 위임을 받아 구조 관련 해경·해군의 지휘권을 갖게 되면서 국가재난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엿새 사이 수차례 바뀌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하지만 지휘체계가 바뀐 20일 밤에도 범부처사고대책본부가 밝힌 사망자수가 또 다시 잘못 집계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대신 대책본부로 발표창구가 일원화되기도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금은 극히 이례적인 비상상황이고 부서나 조직을 떠나서 1명이라도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필사적"이라며 "보다 나은 재난대응을 위해 지휘권이 어디로 가야할지는 사고 수습 후에 고민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