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人災)로 드러나는 '세월호 침몰'…법적 배상은?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법조팀(김만배·이하늘·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기자 2014.04.1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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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10>]선장·선원 과실 드러날 경우 배상 책임 있어…세월호 주의의무 소홀 가능성↑

지난 16일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건으로 침통한 한 주입니다. 사망자 수는 점차 늘고 있지만 사고 다음날 내린 비로 궂은 날씨가 이어진 탓에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망자 수가 얼마나 늘지는 알 수 없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시신이 수습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열을 금치 못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사고 당시 선장이 승객들보다 먼저 구명정에 몸을 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993년 승객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 훼리호 사건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시 훼리호를 몰았던 선장은 승객을 구하다가 숨져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관련자들은 징역형과 더불어 배상 책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침몰 사고에서도 피해 학생과 유족들은 법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진도=뉴스1) 박정호 기자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등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4.17/뉴스1 (진도=뉴스1) 박정호 기자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등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4.17/뉴스1


◇주의의무 소홀 '과실' 드러나면 배상 책임 인정


법조계 관계자들은 선장 및 선원들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천재지변이라고 보기 힘든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선장 및 선원들은 항법을 준수해 운항할 의무가 있습니다. 육안으로 상황을 살피거나 레이더 탐지를 엄중하게 함으로써 해상장애물을 완전하게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출항 전에는 선박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출항 전 관련 규정'을 준수할 주의의무도 있습니다.


출항 전 기상예보를 확인하고 정원초과 및 과적 여부, 위험물 탑재여부, 구명기구와 소화설비 등이 완비돼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이죠.

기상사정이나 초과승선 등으로 여객선이 안전하게 운항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면 해운항만청장에게 보고해 출항정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만약 선장과 선원들이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국가도 예외 없이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진도=뉴스1) 김태성 기자 16일 오전 8시5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당국이 구조에 나선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도 팽목항에서 환자를 인근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조 인원은 477명 중 197명이며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14명이다. 인근 어부에 따르면 "아직도 침몰된 여객기 안에 상당수 사람들이 남아있다"고 밝혔고 수사본부 역시 "마지막 남은 생존자까지 모두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인 세월호는 차량 수십대를 운반하는 6825톤 카 페리로, 6825톤전장 146m, 전폭 22m 규모이다.2014.4.16/뉴스1 (진도=뉴스1) 김태성 기자 16일 오전 8시5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당국이 구조에 나선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도 팽목항에서 환자를 인근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조 인원은 477명 중 197명이며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14명이다. 인근 어부에 따르면 "아직도 침몰된 여객기 안에 상당수 사람들이 남아있다"고 밝혔고 수사본부 역시 "마지막 남은 생존자까지 모두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선박인 세월호는 차량 수십대를 운반하는 6825톤 카 페리로, 6825톤전장 146m, 전폭 22m 규모이다.2014.4.16/뉴스1
◇'서해 훼리호 사건' 1인당 배상액은?


앞서 언급한 서해 훼리호 사건의 경우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와 한국해운조합, 서해훼리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4억4000여만원의 배상금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1998년 사고로 숨진 윤모씨의 아내 조모씨 등 유족 10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서 피해자의 아내들에게 4500만~5900여만원, 자녀들에게 각각 3000만~39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선장 백모씨가 선박의 최대탑재인원인 221명을 훌쩍 넘긴 362명을 태우고 과중한 화물과 자갈을 실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안전성을 잃은데다 항해중 좌우현기관에 이상이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항진을 계속한 잘못이 있었다는 겁니다.

또 군산지방해운항만청과 한국해운조합에 대해서도 훼리호가 피서철이나 명절, 낚시철에 집중적으로 초과승선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정노력을 하지 않았고 안전운항점검 여부를 선장에게 일임한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유족 이모씨 등 45명도 비슷한 소송에서 1인당 150만~1억7900여만원의 배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법원이 국가와 서해훼리 주식회사, 한국해운조합 모두 공동불법행위자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목포=뉴스1) 김태성 기자 진도 여객선 침몰 세월호 선장 이모 씨가 17일 수사본부가 마련된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 조사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해경은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운항자의 과실 여부, 화물의 적재 적정성, 선체의 결함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2014.4.17/뉴스1 (목포=뉴스1) 김태성 기자 진도 여객선 침몰 세월호 선장 이모 씨가 17일 수사본부가 마련된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 조사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해경은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운항자의 과실 여부, 화물의 적재 적정성, 선체의 결함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2014.4.17/뉴스1
◇조타실 비운 선장…민·형사 책임 가능성


세월호의 경우 선장 이준석씨(68)가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실 책임은 명백해 보입니다. 이씨 대신 경험이 적은 3급 항해사 박모씨(26·여)가 조타실 키를 잡고 있었다는 것인데 사고의 중대한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아울러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내보내는 등 대피노력을 소홀히 한 채 직원들에게만 탈출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터라 비난 여론이 뜨겁습니다.

선박을 소유한 청해진해운과 한국해운조합도 이씨의 사용자로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국가 또한 운항관리자인 회사와 해운조합 등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 한 책임을 나누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검찰청은 사고 발생 다음날 해양경찰청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꾸렸습니다. 초기 수사의 중요성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합수부는 이번 사고의 핵심 인물인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운항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이씨의 과실 여부를 파악해 조속히 사법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 등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배상금을 지급한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요. 이들의 바람은 세월호에 갇힌 피붙이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뿐입니다. 온 국민이 염원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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