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 지순한 도(道)

머니투데이 김주대 시인 겸 문인화가 2014.04.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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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안행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 지순한 도(道)


허공은 모든 것을 비워낸 무(無)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충일한 유(有)의 세계이기도 하다. 죽음이란 그런 정신적 궁극에 도달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죽지 않고도 그런 높은 지경에 이르는 이들이 있다. 도력이 높은 승려나 신부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터로 가기 위해 깜깜한 새벽 버스를 타는 이들을 말하려는 것이다. 차가운 시장바닥에 종일 꼼짝없이 앉아 반찬거리를 파는 할머니를 말하려는 것이다. 그 옆에 "골라 골라 골라잡아 골라잡아"를 외치는 젊은이를 말하려는 것이다.



흔들림 없이 하루를 시작하여 지친 몸으로 귀가하는 그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바치는 이들, 그들이야말로 지순한 도에 이른 생활인인 것이다. 그들이 이 세계를 가장 낮게 또 가장 높이 난다.

[김주대 시인의 특별한 문인화] - 지순한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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