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국내 금융권 힘겨루기, 해외IB만 배불렸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4.04.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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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등 해외IB, 10억달러 해외사채 발행 수수료로 총 20억원이상 챙긴 듯

KT (34,600원 0.00%)와 국내 금융권의 힘겨루기로 해외 IB(투자은행)만 배불렸다. KT의 해외사채 발행은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데 인수 수수료 등은 해외 IB들이 모두 챙긴 상태다. 그 규모도 총 2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정도로 어려움에도 KT와의 자존심 싸움으로 15억원의 수익을 놓쳤다.

16일 KT 등에 따르면 KT 해외채권 발행에 참여한 메릴린치,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HSBC, 도이치 등 5개 IB는 총 20억원 이상의 인수 수수료 등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전날 10억달러(약 1조435억원)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확정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 민간기업 해외채권 발행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해외채권 발행 주관사는 해외 5개 IB다. 보통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주로 해외 IB를 주관사로 쓰지만 국내 금융기관 1곳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KT는 모든 주관사를 해외 IB로 채웠다.



시장에서는 KT가 6억달러 이상의 해외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6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사채 6억달러가 있어서다. 하지만 KT는 해외사채 발행 규모를 10억달러로 늘리고, 국내 IB는 모두 제외했다. 실제로 이번에 KT가 추가 발행한 4억달러는 KT가 당초 발행하려고 했던 국내 사채 규모인 4000억원과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KT가 국내 금융권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KT는 성황리에 수요예측까지 마친 5000억원 규모의 사채발행을 돌연 취소했다.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피해가 불가피한 국내 금융권과 KT 사이가 소원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즉, 국내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KT는 해외사채 발행 규모를 늘렸고, 결과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인수 수수료 등을 포함해 15억원 내외의 수익을 놓쳤다. 구조조정을 실시할 정도로 어려운 증권업계가 한 폰이 아까운 시기에 자존심 싸움으로 수십억원의 수익을 놓친 셈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해외채권 발행으로 해외에서 KT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두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보통 인수 수수료가 0.2% 내외임을 고려하면 해외 IB는 인수 수수료로만 20억원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달 KT가 추진한 5000억원 규모의 사채의 인수 수수료는 0.2%였다.

인수 수수료 외 발행분담금과 신용평가수수료 등 기타 수수료를 포함하면 KT는 이번 해외채권 발행으로 30억원 이상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번에 발행한 사채가 외화사채이기 때문에 KT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파생상품도 추가로 설정했다. 통화스왑 거래는 이번 거래를 담당한 해외 IB가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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