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유통'에서 '생산'까지...특수제지 특화 中企로 재도약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4.04.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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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위기의 승부수, 사업전환]③에코마스터

이풍우 에코마스터대표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특수제지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하늬이풍우 에코마스터대표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특수제지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하늬


"은퇴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제지 재활용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종이도 '다시 태어날 때' 사업전환지원자금의 효과를 톡톡히 봤어요."

14일 서울 서초동 에코마스터 본사에서 만난 이풍우 대표는 쌍용제지에서 근무하다 1997년 IMF직전 쌍용그룹의 구조조정과 함께 회사를 나왔다.



직장생활만 14년을 했던 그가 막상 아무 계획 없이 회사에서 떠밀려 나오다보니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당시 이 대표는 "먹고 살기 위해 무작정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4년간 그는 이화여대 앞에 머리핀가게를 차려보기도 하고 귀걸이 가게, 가죽도소매업 등 여러 아이템의 상점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종이'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건 2001년, 산업용 지류 도소매업을 시작하면서다. 대형 제지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제지회사 타이거 포레스트그룹의 국내 판매를 담당했다. 2005년 개인사업체에서 법인사업으로 변환한 뒤 매출액도 2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방산업인 제지산업 업황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지 도소매업으론 한계가 있었다. 매출을 끌어올려도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점점 나빠졌다.

이 대표가 승부수를 띄운 건 2010년. 제지회사 재직 경험을 살려 특수제지 시장 틈새를 공략키로 결정했다. 기존 제지 유통업을 바로 접을 순 없지만 특수용지 생산과 친환경 제품 개발 등의 사업을 추가한 뒤 회사의 방향성을 '제조'로 맞춘 것.

이후 이 대표는 제지회사 등에서 명예퇴직한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해 질긴 종이로 알려진 크래프트지를 비롯해 햄버거 포장용 식품용지, 영화관에서 팝콘을 담아주는 종이봉투, 휴대폰 PBC패널용 특수용지 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2012년부터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여러 개의 특허와 환경인증서만으로 금융권의 자금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며 "샘플을 들고 발품을 팔아 계약을 따와도 양산할 수 있는 설비나 원자재 구매대금이 절실했을 때 중진공 경기북부지부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준공된 에코마스터의 파주공장. 에코마스터는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지원자금을 받아 공장을 인수했다.지난 10일 준공된 에코마스터의 파주공장. 에코마스터는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전환지원자금을 받아 공장을 인수했다.
에코마스터의 특수제지 제조업 추가는 중진공 사업전환지원자금을 받고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에코마스터는 중진공으로부터 13억원의 시설자금지원을 받아 경기도 파주에 특수제지 제품생산 라인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에코마스터의 파주 공장은 지난 10일 첫 시동을 걸었다.

이 대표는 "현재 롯데리아의 햄버거 포장지, CGV 극장의 팝콘용 봉투 등 납품처가 하나 둘 늘고 있다"며 "파주 공장 가동을 계기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점차 수출도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에코마스터의 매출액은 220억원. 파주공장이 100% 가동하면 올해 매출은 370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한다해도 마땅한 설비와 자금이 없어서 생산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업전환지원사업으로 제조업 변신에 성공한 만큼 대기업 못지않은 특수제지 전문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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