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손연재, 악플러에게는 곤봉을 한국 스포츠 사에는 리본을

ize 이민호 MBC 스포츠 PD 2014.04.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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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는 여러 모로 ‘오리지널’과는 가깝지 않은 선수였다. 흔치 않은 리듬체조 선수였지만 선배인 신수지가 이미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무대 밖 환경은 더 혹독했다. 동시대에 세계를 제패한 ‘피겨 여왕’ 김연아와 끊임없이 비교되어야 했다. 김연아와 비교될 수 있다는 건 사실 그녀의 높은 마케팅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안티팬과 맞서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신수지의 후계자’, ‘보급형 김연아’ 이런 이미지 속에서 손연재는 ‘오리지널’이기 어려웠고, 예쁘고 뛰어나지만 과대평가 받는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지난 한 해 꾸준히 메달 획득 소식을 전해오면서도 과대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손연재가 마침내 묵직한 대답을 보내왔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4 국제체조연맹 월드컵에 참가해 개인종합 우승을 비롯, 종목별 결선(볼, 곤봉, 리본)에서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며 4관왕에 오른 것이다. 후프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월드컵 우승자가 되었다. ‘최고’와 ‘최초’, 그녀는 가장 스포츠 스타다운 방식으로 자신만의 ‘오리지널’을 쟁취해냈다.



나란히 뛰어난 실력과 외모를 보유했던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와 안나 쿠르니코바의 차이점은 단 하나, 우승 타이틀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샤라포바는 챔피언으로, 쿠르니코바는 여러 미녀 스타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손연재는 수많은 예쁜 복제품 중 하나이기보다 단 하나의 ‘오리지널’이 되는 길을 택했다. ‘김연아의 대체재’가 아니라 ‘대체불가능한 손연재’였음을 보여준 손연재의 화려했던 주말은 한 줄로 요약 가능하다. 악플러에게는 곤봉을, 한국 스포츠 사에는 리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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