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7.1㎡'가 안보인 이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4.03.2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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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7.1㎡'가 안보인 이유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매입했을땐 아무래도 투자 목적이 있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일반분양가보다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니 분통이 터지죠."

 '27.1㎡'의 아파트 대지가 주민들도 모르게 도로로 바뀌어 화제가 된 '테헤란아이파크'의 한 조합원은 분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만한 땅이 지목(토지용도) 변경됨에 따라 인접한 '개나리4차' 재건축이 가능하게 된 것이 배가 아프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1대 1 방식의 도급제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커져 결과적으론 일반분양을 받는 것보다 못하게 됐다는 심리적 상실감 때문이었다.

 추가분담금이 커진 이유는 조합의 예산집행이 불투명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이 많았다는 것. 그 중 하나가 바로 '27.1㎡'의 지목 변경이었다. 결국 조합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한 조합장과 임원들의 비리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조합장의 비리 내역을 세세히 알려준 나이 지긋한 조합원은 "재산이라고 해봐야 이 집 하나밖에 없고 추가로 돈내고 들어올 여유도 없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중구 동호로10길에 위치한 다른 아파트 입주민은 익명으로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보내왔다. 조사결과 문서에는 동대표들에게 공사감독 수당으로 81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하고 명절선물비 등으로 1560만원이 잡수입계정에서 임의지출되는 등 운영비가 부적정하게 집행된 지적사항들이 열거돼 있었다.

 재건축조합이나 아파트 관리 관련 비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아파트 연수만큼 묵은 문제다. 다만 이같은 부정적 내용이 알려지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고 믿는 입주민들이 함구해 왔거나 무관심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실제로 중구청에서도 같은 이유로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주지 않았다.


 재건축사업은 조합원 수만큼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조합원과 주민들이 공동비용 사용과 운영에 대해 무관심하다. 공동예산이 '눈먼 돈'이 되기 쉬웠던 이유다. '내 땅'과 '내 재산'을 지키려면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27.1㎡'의 작은 땅이 수천억의 귀한 재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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