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김대희 과학자와 하태석 건축가, 권병준 음악가가 공동제작한 작품 '사랑당'/사진=에너지硏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기계연구원은 국내 연구기관 중에선 처음으로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Artist Residency) 예술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KIST는 예술가들에게 1년 동안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건없이 예술창작 스튜디오 공간을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연구원들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다이나믹 스트럭처 & 플루이드' 제1전시실 전경/사진=아르코미술관
지난 6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선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다이내믹 스트럭처 앤드 플루이드' 협력기획전이 바로 그것. 국내 미디어아티스트 10명(7개 팀)과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를 비롯한 물리·수리과학자 6명이 10개월 간 협업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장을 수놓았다. 이번 전시회 특징은 순수 과학 이론을 미디어아트에 절묘하게 녹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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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전상언 작가의 ‘플라노틱 괘’는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주장한 '플라톤 입체'를 현대적 감작으로 풀어냈다. 플라톤 입체는 정4, 6, 8, 12, 20면체가 각각 불과 흙, 공기, 우주, 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를 규칙적으로 바뀌는 형광 조명에 적용해 다면체 변화를 형상화했다.
에너지연 양현경 과학자, 와이즈건축 장영철, 전숙희 건축가, 박진우 디자이너가 공동작업한 작품 '탕'
이는 과학자와 예술가, 건축가 협업으로 자연과 미디어를 키워드로 한 융복합형 공공예술작품을 만드는 창작 프로젝트. 기괴하게도 여기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풍력발전과 해양염분차발전 등의 에너지 기술을 건축과 미디어아트에 융합시켰다.
과학자들은 '유체물리' 엔진 원리 등의 과학기술을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했고, 예술가들은 강의에서 받은 영감에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만들었다. 어려운 이론에 부딪히면 개별적으로 관련 학자를 찾아다니며 묻고 해답을 구했다.
호평을 받은 이 작품들은 서울 전시 종료 후 곧장 제주도 김녕 마을 올레길에 영구 설치됐다. 제주시는 "제주도 천연관광자원에 과학기술문화 콘텐츠가 물리적으로 결합돼 새로운 관광 부가가치가 창출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