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하고 싶은 건, 앞으로 선보일 기술이나 해외 국가에서만 일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닌, 이미 국내 시판중인 양산차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능들이라는 점이다. 과연 당신의 차는 어디까지 진보되어 있을까?
앞으로 한껏 당겨진 안전벨트 덕분에 최씨는 몸을 돌리지 않고도 쉽게 벨트를 착용할 수 있다. '웰컴 세레모니'(welcome ceremony)를 마친 계기판에는 현재 실외기온이 영상 1도임을, 그렇기에 노면이 살짝 얼어있을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엔진 반응, 핸들링의 감각, 서스펜션의 높이나 반응 그리고 쇼팽의 녹턴 2번이 어제 내리기 직전에 들었던 곳에서 시작해 볼륨 크기까지 맞춰 그대로 재생되고 있다. 덕분에 최씨는 지난밤 혈기 넘치는 남동생이 자신 몰래 애마를 끌고 나갔다 왔다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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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고 다른 이의 흔적까지 지워주는 자동차
"자…. 그럼 가볼까?" 약속된 조찬 장소로 가기 위해 한글 인식이 가능한 터치패드에 “여의도동”까지 한글을 써 내려가다, 일전에 입력했던 목적지였음을 기억한다. 음성 명령 버튼을 누르고 “이전 목적지”라고 말하자, 차는 과거 다녔던 목적지를 센터페시아의 대형 화면에 뿌려준다. 물론 오늘 운전자인 최씨 기준으로. 덕분에 최씨는 원터치로 오늘의 목적지인 IFC빌딩을 선택한다.
주차장을 나서는데, 문득 중요한 결재서류를 챙겼는지 의문이 든다. 위험하긴 하지만, 가방에서 서류를 확인할 요량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차가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하더니 급정지를 한다. 깜짝 놀라 앞을 보니, 차 앞에서 놀란 표정으로 최씨를 바라보고 있는 출근길의 한 회사원이 보인다. ‘아뿔싸, 큰일 날뻔 했다.’ 최씨는 회사원에게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고는 차의 보행자충돌방지기능에 감사를 한다.
지·정체 구간에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반복해서 밟다 지친 최씨는 차의 간단한 레버 조작을 통해 항속주행장치를 설정한다. ‘음…. 최고 속도는 120km정도…. 차간 거리는 중간 정도 설정이면 되겠지?’
고속도로를 타고 얼마쯤 흘렀을까, 지·정체 구간이 풀리며 최씨는 차는 설정해둔 최고시속 120km에 맞춰 달리고 있다. 어느 순간 차에서 과속카메라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자, 차는 스스로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제한속도인 100km에 맞춰 달리다가 과속카메라를 지나자, 다시 시속 120km에 맞춰 가속을 시작했다. 세종시까지 가는 동안 단속 구간에서도 알아서 속도를 줄였기에 최씨는 핸들 조작만으로 쾌적한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몇 시간 뒤, 최씨는 세종시에서 고된 업무를 마치고, 실외 주차장에 주차돼있는 애마에게 돌아왔다. 저녁이 되어 날씨는 추웠지만 스마트폰으로 차에 시동을 미리 걸어놓고 히터를 틀어놓아 차 안은 따뜻했다. 어둑어둑해진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며칠 전 아내와 데이트하며 분위기 있게 설정해놓은 차량 조명 속에서 익숙한 노래 소리를 듣고 있자니 포근한 차 안의 분위기가 나만의 휴식처가 된 듯한 느낌이다.
덕분에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최씨는 서울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차를 스포츠모드로 전환한다. 앙칼진 엔진음과 배기음에 RPM도 높이 쓰면서 차의 반응도 거칠고 빠릿해졌다. 단단해진 핸들링과 서스펜션 세팅까지 완전히 다른 차가 되어 스포티한 반응을 보인다. 최씨는 차를 몰며 "그래…. 이런 게 진짜 드라이빙이지." 하며 운전의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3월 17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