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품, '승자의 저주' 시작되나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4.03.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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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둔화 가운데 대규모 투자로 고정비 늘어…"LCD·피쳐폰 부품 전철 밟지 않아야" 지적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스마트폰 부품업계에도 ‘승자의 저주’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방산업의 성장둔화와 대규모 투자가 맞물리면서 몰락한 LCD(액정표시장치) 부품업체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엘케이, 인터플렉스 등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투자 이후 수익성 악화에 빠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엘케이와 인터플렉스의 투자 규모 및 지난해 실적이엘케이와 인터플렉스의 투자 규모 및 지난해 실적


터치패널업체인 이엘케이 (10원 ▼11 -52.4%)는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노키아, 모토로라, LG전자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2009년 처음 매출액 1000억원을 넘었고, 1년만인 2010년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엘케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공장신축 및 기계장치 구입 등을 위해 2012년 276억원, 2013년 340억원(예상)을 투자했다.

문제는 고객사들의 부침이었다.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스마트폰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2012년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거래를 시작하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영업손실 362억원, 당기순손실 375억원이라는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부품공급량은 감소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로 늘려놓은 생산능력이 화근이 됐다.



FPCB(연성회로기판)업체인 인터플렉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터플렉스는 애플,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주요 스마트폰 기업과 거래하며 급성장했다. 2011년 매출액 50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플렉스는 늘어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건물과 기계장치를 구입하는 데 2011년 338억원, 2012년 989억원, 2013년 상반기 45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인터플렉스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고, 4분기도 흑자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고정비가 증가한 반면, 고객사의 주문량이나 생산 효율성에 따라 분기마다 수익성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서다.


다른 스마트폰 부품업체들도 스마트폰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 단위의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상태다. 더 많은 부품을 생산해 공급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와 고객사의 요구 등이 맞물린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공격적 투자가 전방산업의 성장둔화기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간 30~40%를 상회하던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은 올해 17%에 그칠 전망이다.

앞서 급성장했던 LCD나 일반휴대폰(피처폰) 부품업체들이 전방산업의 성장둔화 이후 과도한 투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몰락한 전례가 있다. LCD TV용 CCFL(냉음극형광램프) BLU(후면광원장치)를 생산했던 디에스, 태산엘시디 (0원 %), 한솔테크닉스 (5,940원 ▲70 +1.19%)는 2010년 나란히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TV 광원 자리를 LED(발광다이오드)에 빼앗기고, 주요 고객사들이 LCD 모듈 조립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잘 나갈 때 단행한 대규모 설비투자로 손실은 걷잡을 수 없어 불어났고, 디에스는 상장폐지됐고, 태산엘시디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며 이미 부품 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며 "아직 이른 걱정일 수 있지만, LCD 부품 등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안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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