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투자하겠냐구요? 저는 노(No)입니다"

머니투데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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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어느새 3월이 목전이다. 2월4일이 입춘이었으니 절기상으로는 이미 봄이라 하겠지만 기승을 부리는 감기와 답답한 주식시장을 보면 봄이 왔음을 몸이나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1월과 2월 주식시장은 이머징 증시의 한계를 느끼게 함은 물론 과연 세계경제가 주식시장의 강세를 뒷받침 할 만큼 양호한가 하는 질문만 남겨 놓게 됐다.



미국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고용지표에 이어 제조업 및 주택지표까지 1월부터 지금까지 받아보고 있는 경제지표들의 흐름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 북동부지역의 폭설로 인해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지표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면죄부를 받아 주식시장의 흐름은 경제지표와 무관하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주식시장과 경제지표간의 괴리가 점점 커질수록 다시 괴리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은데, 경제지표가 주식시장을 따르기보다는 주식시장이 경제지표를 따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마음에 걸린다. 중국에 대한 눈높이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2000년 중반과 같은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중국이 무엇인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은 경제성장지표의 진위부터 시작해서 금융시장의 건전성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경제지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어느 나라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진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주어진 경제지표를 함부로 의심하는 것은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관리경제를 택하고 있어 중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일부분은 동의하지만 일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필자의 경우 중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NO'라고 답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주식일 수도 있고 부동산일 수도 있다. 특정 자산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중국과 관련된 상품에 투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경제성장률이 7% 중반이나 되고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외환보유고 역시 세계 최고규모를 쌓아 놓고 있고 환율도 시나브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국(大國)에 투자하지 않으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시행했던 산아제한정책도 풀어주고 있으니 인구 측면에서도 중국은 무한한 투자의 기회를 줄 것이며, 금융시장이 불안해도 정부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이 출범한 시진핑 내각이 이제 힘을 발휘할 때가 됐으니 정책적으로도 경기회복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쑤시개를 팔아도 13억개를 팔 수 있다는 고전적인 접근방식과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를 권하는 축이 되고 있다. 투자의 시작은 상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면 왜 중국 증시가 이토록 부진한 것인가? 왜 중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증시의 방향과 역행하고 있는 것인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서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 언저리까지 가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중국 경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는 미뤄 놓더라도 필자가 중국에 투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부동산 관련 투자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자금들이 사모형태로 부동산에 투자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 각 지자체의 토지매도가 사상 최대였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것에 비하면 주식시장의 부진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부진한 주식시장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면 그 만큼 위험도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모형태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에 나선 자금들의 행방도 묘연하고 방식도 불분명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는 표현을 빌리고 있다.(물론 Shadow Banking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 이긴 하다.)

2년 전만해도 중국이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막기 위해 부동산 대출을 억제해보기도 했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부동산시장 억제책을 철회하고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달래는 수준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미국의 테이퍼링 이야기가 나오자 은행간 단기자금 대출금리(RP금리)가 급등락을 보이는 등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진화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하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림자 금융과 같은 금융시스템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어떻게든 틀어막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투자 기회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수준에서 갈무리할 수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같은 방식의 투자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두 번째이지만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것이 기회이자 위기인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도상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은 것은 여전히 경제자원을 분배해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그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개발도상국들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다 일격을 당하고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이 관치로 가면 덮어두고 싶은 것이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덮어두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곪아있던 문제가 터지면서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우습게보아서는 안 된다. 비가 오는데 땅이 젖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젖고 나서 잘 말리는 것이 중요한데 아예 젖지도 않게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가 중국에 기대하는 것은 비가와도 젖지 않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기대감일 일지도 모른다.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중국을 향하는 투자자금은 멈추게 된다. 당장 돈이 빠져 나오지 않더라도 중국을 향하던 자금이 멈추기 시작하면 들어가 있던 자금도 빠져 나올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경제성장률의 레벨도 중요하지만 방향은 더 중요하다. 중국이 과거와 같이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을 다 알지만 동시에 경제성장률이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이처럼 성장률이 떨어지면 얻어낼 수 있는 투자수익률도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중국이 갈 길을 택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내수주도형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경제성장 동력의 원천을 바꾼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며 긴 호흡에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성과 경제성장 동력을 바꾸려는 격변기를 맞고 있는 중국에 지금부터 투자해서 길목을 지키려는 전략을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중국이 아무리 경제대국이라도 개발도상국가라는 점은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개발도상국가의 장점은 경제성장을 도모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부작용을 앓을 가능성도 높다. 그 축에는 금융시장 불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내 돈을 들고 중국에 투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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