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신혼집, "동기는 부모가 2억 줬다는데…"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14.02.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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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결혼 ③] '부모돈' 혹은 '대출'… 출발선이 다르다

편집자주 많은 미혼 남녀들에게 결혼은 로맨틱한 환상이지만, 실제 결혼 준비는 전쟁에 가깝다. 양쪽 집안 간 자존심 싸움부터 '억' 소리나는 비용까지···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한 번쯤은 헤어질 위기를 맞는다는 달콤살벌한 결혼 준비 과정을 들여다본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계업소에 매물이 표시돼있다. /사진=뉴스1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계업소에 매물이 표시돼있다. /사진=뉴스1


#회사원 A씨(30)는 몇 달 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한 대학 동기의 소식을 전해듣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신혼집으로 서울 방배동 20평대 아파트를 구하는 비용을 부모님이 대줬다는 것. 넉넉한 집안인 줄은 알았지만 2억원이 넘는 돈을 보태주는 걸 보니 부러움을 넘어선 감정도 생긴다.

A씨는 "심지어 동기는 나보다 나이도 한 살 적은데 사회적으로는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빚을 지고 시작하는 것과 부모 도움 받아 내 집을 갖고 시작하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푸념했다.



◇결혼과 함께 수천만원 '빚더미'

새출발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이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6274만원으로 전년보다 1153만원(7.6%) 올랐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633만원, 지방은 1억1896만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730만원, 580만원씩 상승했다.

올해 초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조사한 지난해 중소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2453만원. 아파트 평균 전셋값에 맞추려면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은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가뜩이나 취업난으로 사회생활 시작도 늦어지는 20~30대 직장인이 자력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들은 결혼과 동시에 신혼집 마련을 위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출을받게 된다. 그러고도 부족한 비용은 자연스레 부모들의 몫이 된다. 부모 자신들의 노후 자금을 헐어 자녀들의 신혼집 마련에 보태는 것이다. 부모가 대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직장인 최모씨(31)는 "부모님이 다만 몇 백 만원이라도 도와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결혼하면서 빚 없이 시작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는 옛말?

전통적으로는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통념상 주로 신랑 측 부모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결혼 비용에서 집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최근에는 신부 측에서도 집값에 돈을 보태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결혼을 앞둔 회사원 문모씨(29)는 서울 봉천동에서 투룸 오피스텔을 2억3000만원에 분양받았다. 이 중 절반은 자신이 갚고, 여자친구가 원룸 보증금 7000만원을 집값에 보태기로 했다. 모자라는 돈은 여자친구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결혼 후 함께 갚아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씨는 "풀옵션 오피스텔이라 혼수는 필요 없으니 집에 '올인'하기로 했다"며 "여자친구도 '공동명의'를 하기 위해 집값을 절반 보탠다는 데 반대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양쪽 집안의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는 것. 젊은 층에서는 결혼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대신 부부가 결혼 후 집안일과 육아 등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지가 논란거리다.

미혼 직장인 안모씨(29)는 "명절 때마다 시댁을 먼저 가고, 집안일이나 육아에 있어서도 여성이 할 일이 더 많은 것은 사실 아니냐"며 "남녀가 '집값 반반, 집안일도 반반'이라는 것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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