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적' 모기와 싸우는 기업, 해밀라이트

머니투데이 민노 슬로우뉴스 편집장 2014.02.1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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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 해밀라이트

편집자주 가치있는 물건을 팔아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와 이로운넷은 가치를 파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찾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지구, 더 진화된 인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씩 나아가는 사회적 기업들을 만나봤습니다.

전 세계 사망자 66만 명.
전 세계 감염자 2억 1900만 명.
90% 이상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하고, 사망자 대부분은 5세 미만 아동.
2010년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말라리아에 의한 피해 추정 규모다.
여전히 세계 인구의 약 40%에 달하는 24억 명이 말라리아 유행 지역에 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말라리아 병원체는 대부분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빛을 무기로 모기와 싸우는 기업이 있다. 사회적기업 해밀라이트(www.hmlight.kr)는 해충퇴치용 LED램프('포그미')를 주력 상품으로 모기와 싸운다. 말라리아에 신음하는 아프리카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지난해 포그미 1500개를 보냈다.



우리나라 역시 말라리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3월에 발표한 '2013년 말라리아 관리지침'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군, 경기도 연천군, 파주시, 인천 강화구와 웅진군은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2012년 기준 국내 말라리아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크게 줄긴 했지만 총 501건에 달한다.

해밀라이트 본사가 있는 대전에서 이범구 대표를 만났다.



이범구 해밀라이트 대표는 "모기퇴치는 '포그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범구 해밀라이트 대표는 "모기퇴치는 '포그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빛으로 인류 최대의 적을 물리친다

여름하면 생각하는 건 바캉스나 탁 트인 바다 풍경, 혹은 시원한 수박만은 아니다. 여름이 불러오는 불청객은 바로 '모기'다.
영화 '쥬라기공원'을 기억하는가. 영화적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호박(보석) 속에 굳어버린 모기 피를 이용해 공룡을 복원한다. 하버드 대학 열대질병 선임 연구원인 앤드루 스필먼은 그의 책 '모기'(2002)에서 모기를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말한다. 칭기즈칸이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서유럽을 침략하지 못했다거나 프랑스가 파나마 운하 건설을 포기한 이유가 모기 때문이었다는 건 인정받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모기는 그만큼 오랫동안 또 치열하게 인류와 싸워왔고, 또 공존해왔다.

흔히 모기 퇴치하면 떠올리는 건 살충제. 'OO킬라'나 'O키파' 등으로 널리 알려진 살충제는 말 그대로 해충을 죽이는 물질을 포함한다. 인체에 좋을 리 없다. 지난해 2월 6일 식약청은 천식과 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정용 살충제 9종을 회수 조치했다. 살충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인 '아레트린' 때문이다. 회수된 살충제에는 에프킬라와 홈키파, 삼성킬라 등 유명 상표 제품도 포함됐다.


환경을 지키면서 모기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까? 2002년부터 LED 조명을 이용한 경관 사업을 하던 이범구 대표는 현장에서 모기가 특정한 빛깔의 조명을 싫어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터득했다. 그때부터 관련 서적과 논문을 탐독했고, 특정한 곤충이 어떤 빛과 빛의 파동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질을 띤다는 걸 알았다. 해밀라이트의 주력상품인 해충퇴치램프 '포그미'는 모기가 특히 싫어하는 빛깔과 파장을 이용해 모기를 쫓는 방식이다. 그 범위는 램프가 비추는 반경 2.2m의 영역이다. 보통 크기의 방이라면 램프 하나면 충분하고, 좀 큰 방이라면 2개면 충분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해충퇴치램프 효과는?

빛을 이용한 모기 퇴치. 그것도 반영구적인 LED램프를 이용한 2W의 초절전 제품. 아주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중요한 건 효과다. 그래서 정말 이 램프만으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건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램프가 그저 모기 퇴치를 위한 보조재는 아닌지 말이다. 이 대표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렇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증이 필요할 터.
돌아온 대답은 다소 아쉬웠다. "빛에 대한 곤충의 호불호를 이용해 해충을 퇴치하는 방식은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도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라고 했다. 다만 유럽에서만 CE 기준(유럽 공동체 제품 인증 체계)에 의해 빛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광생물학적 안정성)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대전대학교(윤치영 교수팀, 생명과학부)와 임상실험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로 예정된 임상실험은 이제 최종 보고서만을 남겨둔 상태다. 실험 결과는 이미 나왔는데,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집모기는 해충퇴치용 램프에 93%(정확히 92.78%)의 기피율을 보였고, 숲모기는 약 84%의 기피율을 보였다.

다만 미국 FDA 공인기관인 포세이돈사이언스의 화학적 성능 인증 검사 결과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실험 결과 해충퇴치램프에 대한 집모기 기피율은 약 80% 남짓이 나왔다. 90% 이상을 기대했지만, 여기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격렬한 운동을 한 남녀 다섯 명을 땀이 배 있는 상태에서 실험했는데, 실험 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격렬한 운동을 한 뒤에 땀에 밴 채로 잠들지는 않으니까. 다만 앞서 지적했듯 현재로서는 공신력 있는 인증 기준이 전혀 없는 형편이다. 이 대표는 대전대학교의 임상실험 결과를 포세이돈사이언스 측에 보내 다시 인증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월마트나 코스티코와 같은 대형 마트에 입점도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한 이유

해밀라이트는 사회적기업으로선 예외적으로 내수가 아닌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직원수도 주로 생산관리와 기획을 담당하는 6명에 불과하다. 사회적기업이 지역의 취약계층 고용효과를 주요 목적으로 삼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는 현실적인 고민과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다.

우선 내수만으로는 해충퇴치램프의 사업성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년에 성수기는 두 달 남짓(7월, 8월)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기간 동안은 이 두 달을 위해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방식이다. 더불어 현재 국내 내수 시장의 수요도 연간 수 만 개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그래서 눈길을 나라 밖으로 돌렸다. 2012년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했고, 지금 인도와 이집트, 일본, 미국, 베트남 등에서 계약을 추진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에는 법인도 설립했다. 우리나라의 농협에 해당하는 일본 기관의 시범사업이 확정돼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도 역시 공들이고 있는 지역. 현재는 테스트용 제품 2000개를 보내놓은 상태다. 인도 인구는 12억 중 1%를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 지역에는 특이하게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만 나가고 있는데, 향후 5년간 1350만개를 교도소와 관공서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함께일하는재단 컨설팅 통해 아웃소싱 선택

지난해는 이 대표에게 아주 힘겨운 시간이었다. 주력상품인 해충퇴치용 램프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2년 4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지난해 2억3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던 중 미국 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생겼다. 계약만 성사된다면 수출 규모가 1000만개 단위인 큰 기회였다. 생산 공장을 직접 운영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힘든 순간에 늘 힘이 되어 준 '함께 일하는 재단'의 박성철 팀장과 의논했다. 미국 판로를 개척한다고 해서 고정적인 거래처와 10년 20년 지속적인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제품기획과 품질관리 그리고 생산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 품질과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생산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특화했다. 따로 공장을 설립하지 않아 과도한 설비 투자의 위험과 업무 능력 분산을 막고, 기존에 생산설비와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가동하지 않는 공장에도 일감을 주는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제품 생산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외부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상태다.

해밀라이트 직원 김경미씨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이다. 해밀라이트 전체 직원 6명 중 사회적기업으로서 고용된 인원은 김씨를 포함 3명이다. 해밀라이트 직원 김경미씨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이다. 해밀라이트 전체 직원 6명 중 사회적기업으로서 고용된 인원은 김씨를 포함 3명이다.
◇포근한 잠을 돕는 밝은 빛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 또는 '먹구름 사이로 비추는 밝은 빛'이라는 뜻의 우리말이다. 굳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이유를 물었다. 경관 사업을 하면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사무실에서 읽다 남은 신문들을 모아 전달하곤 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예 경관 사업 현장에서 일감을 주는 게 낫겠다는데 생각이 옮겨졌고, 나이든 노인들도 할 수 있는 자투리 일감을 맡겼다. 폐지줍는 일보다는 보수가 좋은 일을 만들고 싶었단다.

주변 지인이 그게 바로 사회적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2011년 8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고, 그해 12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현재 전체 직원 6명 중 사회적기업으로서 고용하는 인원은 3명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 김경미(베트남 이름 '윤티뒤잍') 씨는 베트남과의 수출 계약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밀라이트의 주력 상품 '포그미'는 모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의 포근한 단잠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포그미가 세계인들의 단잠을 돕는 친환경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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